대원외고, 학부모에 21억 불법찬조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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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대원외국어고가 학부모들로부터 연간 평균 7억여원의 불법찬조금을 걷어 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2일 “대원외고가 최근 3년(2007~2009년) 동안 학부모 대표들이 중심이 돼 21억2850만원의 불법찬조금을 걷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불법찬조금은 학부모들이 관리하면서 교사들의 야간 자율학습 감독비·회식비·선물비 등의 명목으로 교장·교감·교사에게 전달됐다. 시교육청 정동식 감사담당관은 “돈을 걷은 주체는 학부모이지만 불법인 줄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돈을 받아 쓴 학교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발전기금을 기탁하는 것 외에 돈을 걷는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시교육청은 “대원외고 학부모들이 학년 초마다 학생 1인당 50만원씩(2007년엔 60만원)의 찬조금을 걷었다”고 설명했다.

이 돈은 3년간 자율학습 감독비(2억4660만원), 스승의 날과 명절 선물비(4500만원), 교사 회식비(1137만원) 등으로 교직원에게 3억 2970만원이 전달됐다. 학생 간식비와 논술 및 모의고사비, 학생 단체복 구입비 등에도 16억3353만원이 쓰였다. 나머지 1억9200만원은 학부모들이 학교발전기금으로 기탁했다. 하지만 이 중 4200만원만 학교발전기금 회계에 편입됐고 1억5000만원은 교장과 행정실장이 자의적으로 협의해 쓴 것으로 드러났다.

시교육청은 이날 학교법인 대원학원(이사장 이원희)에 교직원·회계 관리 책임이 있는 이사장을 해임하고 교직원 37명을 징계하도록 요구했다. 교장·교감과 3년간 1000만원 이상의 불법찬조금을 받은 교사 5명, 행정실장은 중징계(파면·해임·정직), 300만원 이상 받은 교사 30명은 경징계(감봉·견책) 대상에 포함됐다. 나머지 교원 28명과 법인 이사회 상임이사도 경고 처분 대상에 올랐다. 공립학교 교직원은 공무원이라 시교육청이 직접 징계하지만 사립학교 교직원은 시교육청이 재단에 징계를 요구하게 돼 있다. 시교육청은 “재단이 징계를 거부하면 학급 수 감축 등의 제재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원외고 측은 “학부모들이 관례적으로 걷은 돈인데 당혹스럽다”며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명문고 입지 흔들=대원외고는 설립(1984년) 26년 만에 위기를 맞았다. 이 학교는 졸업생 5명 중 4명이 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합격하고 국제반(100여 명)의 절반 이상이 미국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에 합격해 최고 명문고로 자리잡았다. 한 대원외고 졸업생 학부모는 “이번 일로 학교의 명성이 흔들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대원외고 불법찬조금 실태를 공개했던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장은 “이러니 가정형편이 어려우면 외고 다니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교육청 감사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되므로 검찰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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