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G20 앞두고 테러 예방에 만전 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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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슬람 무장 과격단체 ‘탈레반’의 조직원으로 의심되는 파키스탄인 2명이 밀입국했어도, 또 1년 넘도록 우리나라에서 활개를 치고 다녀도 당국은 깜깜히 몰랐다. 이들은 불법체류자 합동단속에 걸렸는데, 알고 보니 파키스탄 정부가 관리하는 탈레반 핵심 80명 명단에 올라있더라는 것이다. 뒤늦게 체포해 현재 파키스탄 정부에 핵심 요원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한다. 참으로 놀랍고 등골이 서늘한 얘기다. 만에 하나 이들이 진짜 테러 목적을 갖고 입국했다면 어땠을 것인가.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지난 2007년 탈레반에 가입했으나 비자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열흘 이상 탈레반 교육을 받았지만 이후 탈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일이다. 어떤 밀명(密命)을 받고 장기간 잠복 중이었을 수도 있지 않은가. 분명한 것은 탈레반에 연루된 자들이 파키스탄 국적의 화물선을 타고 군산항으로 밀입국했으며, 아무런 제지 없이 항만하역장과 시멘트공장에 머물렀다는 사실이다. 출입국 관리와 불법체류자 단속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7, 28일 이라크에서는 폭탄 테러로 48명이 숨졌다. 29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연쇄 자살폭탄테러로 39명이 숨졌다. 이런 가운데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무대로 각종 테러를 벌이고 있는 탈레반은 우리나라를 공공연히 협박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더욱이 올해 11월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세계의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그만큼 다양한 목적의 국제적 테러 목표가 되기 쉽다. 최근의 테러는 특정 지역이나 대상을 넘어 지구촌으로 무차별 확산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밀입국 시도가 43건, 입국이 불허된 외국인이 9045명에 달했다. 지난달에는 권총을 소지한 채 밀입국하려던 파키스탄인이 체포되기도 했다. 테러에 안전지대는 없다. 경찰은 현재 미국·프랑스 등과 국제공조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말만 하면 무엇하나. 혹여 경계망에 구멍은 없는지 살피고,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