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춘란배 결승 21~26일 베이징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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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22일부터 26일까지 중국의 베이징(北京)에서 제3회 춘란배 세계바둑대회(우승상금 15만달러) 결승전 3번기가 열린다. 결승에서 맞붙은 유창혁9단과 일본의 최강자 왕리청(王立誠)9단은 다같이 공격적인 바둑으로 유명하다.

결승에선 1998년 LG배에서 딱 한차례 격돌했는데 '유창혁의 절대 우세' 라는 예상을 뒤엎고 왕리청이 3대2로 이겨 우승컵을 가져갔다. 이때 세계대회 첫 우승컵을 따낸 王9단은 곧바로 조치훈9단을 격파하고 일본의 1인자가 됐지만 패배한 劉9단은 거의 1년간을 슬럼프에 빠져 허덕여야 했다.

당시 劉9단은 거친 공격으로 일관했으나 王9단의 강인한 방어망에 막혀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번의 복수전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지난 14일 열린 제6회 LG배 16강전에서 劉9단은 王9단을 매우 '부드럽게' 격파해 이번 결승전에 임하는 전략을 암시한 바 있다.

힘이 강한 자일수록 사나움보다는 부드러움이 약이었던 것이다.

바둑계의 속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번 춘란배에 관한 한 결승 대결보다도 그 뒤쪽에 도사린 '중국 바둑의 문제' 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춘란배는 중국의 춘란그룹이 중국기원과 3년 계약으로 시작한 기전. 인기가 높아지면 재계약한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그러나 첫해엔 한국의 조훈현-이창호가 결승에서 대결, 曺9단이 우승했고 지난해에는 중국의 마샤오춘(馬曉春)9단이 결승까지 가기는 갔으나 왕리청에게 패배했다.

올해는 8강전에 5명의 중국기사가 올라가고 신예 쿵제(孔杰)5단이 이창호9단을 격파해 한때 대회의 인기가 치솟았으나 결승전은 결국 한.일전이 되고 말았다. 약속된 3년이 다 끝나가는 지금 매스컴은 비분강개하고 있고 "중국기사들은 뭐하나. 비싼 돈 들여 외국기사들 잔치판을 열어준다. 달러 유출이 심각하다" 는 비난이 한쪽에서 고개를 쳐들고 있다.

중국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지만 아직 달러를 금쪽같이 여기는 분위기가 남아있다.

그러나 중국이 이긴다는 보장만 있으면 훨씬 큰 세계대회를 만들 기업이 얼마든지 있다. 그만큼 바둑의 인기가 높다. 당장의 춘란배뿐 아니라 바둑의 세계화를 위해선 중국이 좀더 힘을 내 한국을 이겨줘야 한다는 역설이 의미있게 다가온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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