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 윈 M&A' 늘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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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중견그룹들이 벤처기업 인수를 통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난을 겪는 벤처기업을 비교적 낮은 가격에 사들여 신규 사업의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벤처기업의 기업 인수.합병(M&A)시장도 활기를 띠기 시작해 벤처업체의 매물도 늘고 있다.

이수그룹은 계열사인 이수페타시스를 내세워 전자부품업체인 유로써키트 생산설비를 127억원에 인수했다고 4일 밝혔다. 이수페타시스 측은 유로써키트에 100억원을 더 투자해 액정화면(LCD)과 메모리모듈용 인쇄회로기판 전문업체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이수그룹은 지난달 병원.약국 정보화시스템 개발업체인 유비케어를 사들였다.

이수 관계자는 "앞으로도 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구조를 다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솔그룹은 최근 광통신부품 벤처기업인 이놉틱스를 인수했다. 라텍스와 과산화수소 등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한솔케미칼은 이놉틱스의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카메라용 필터의 생산에 이미 나섰다.

한솔케미칼 관계자는 "기술력을 갖고 있는 벤처기업의 인수가 신규 사업의 발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포스코의 한 계열사는 엔지니어링 플랜트 관련 벤처 인수를 추진 중이며 파라다이스 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소방설비 기계 관련 벤처기업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견기업들의 벤처기업 인수가 잇따르면서 벤처업체의 M&A를 중개하는 한국기술거래소에 M&A 상담이 늘고 있다. 이곳을 통해 올해 7건의 M&A가 성사됐고 20여건의 상담이 진행 중이다. 매물로 나온 벤처기업의 수는 현재 60여개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배다.

코스닥 시장에서의 벤처기업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올해 상반기 최대주주가 바뀐 코스닥 기업의 수는 108개로 전년 동기에 비해 56.5% 늘었다.

이에 따라 정부도 벤처기업 M&A 활성화에 팔을 걷었다. 정통부가 지난해 2개의 M&A 전문 펀드를 만든 데 이어 중소기업청은 지난 9월 M&A 전문 펀드를 결성했다. 중소기업청 벤처진흥과 서승원 과장은 "M&A를 통해 벤처기업의 기술력을 사장시키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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