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외무회담] 다나카 튀는행동 또 입방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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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일본 외상이 18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시간 동안 회담을 했다.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내각이 출범한 후의 첫 미.일 외무장관 회담이다. 회담은 일본 사상 첫 여성 외상에 오른 다나카의 외교역량이 평가받는 자리인 데다 30일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의 사전 정지작업이란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다나카는 이번 회담에 오키나와(沖繩)주둔 미군 훈련 축소 및 괌으로의 훈련장 분산 문제, 미국의 교토(京都)의정서 복귀, 미국의 새 미사일방어(MD)구상 등 크게 세가지 의제를 갖고 들어갔다. 다나카는 MD 구상에 대해 "미국 입장을 이해한다" 는 일본측 공식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파월은 오키나와 미군 훈련축소 문제에 대해선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교토의정서 복귀에 대해선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월은 17일 미 폭스 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기술혁명이나 이산화탄소 배출억제 정책을 통해 지구온난화 방지에 노력하겠다" 며 "이런 입장을 미.일 외무장관회담에서 전달하고 이해를 구하겠다" 고 말했다.

그러나 파월은 이날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에 의한 미국인 포로 강제노역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미군 포로 출신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보상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월은 이와 관련, "미.일간 보상문제는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해결됐지만 당사자들로서는 개인적인 비극이었다" 고 말해 일본의 성의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달 잇따른 미국 비판발언으로 '친중.반미' 외교노선이란 지적을 받아온 다나카는 이번 회담을 통해 "언론 탓" 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나카는 이날 오전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로버트 졸릭 무역대표부(USTR)대표와도 만났다. 그러나 파월과의 회담시간이 겨우 한시간에 불과해 성과는 아직 미지수란 것이 많은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미.일 외교.안보정책의 줄기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조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나카는 외무성 직원들의 '발설' 을 우려해 통역 요원을 따로 선발하고 회담결과도 직접 발표하겠다고 나서는 등 '돌출행동' 을 잇따라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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