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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교단체서 탈북자 도움주자 공개처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지난달 중순 일요일,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시 한 대형 교회의 예배시간은 눈물로 가득찼다.

최근 북한에서 도망쳐 온 어린이들로부터 가슴 저린 탈출기를 듣는 자리였다.

그때 예배당 출입문이 부서져나가면서 민간인 복장을 한 북한측 요원 수십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고함을 지르며 닥치는 대로 교인들을 난타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단상에 선 아이들을 끌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이 장면은 17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가 전한 '기독교와 북한정권간 비밀 전쟁' 의 현장이다.

이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 "현재 양국 국경지대에서는 북한 주민을 탈출시키려는 기독교측과 북한 사회안전원간에 치열한 전쟁이 진행 중" 이라고 보도했다.

기독교 선교단체들은 중국-북한 국경지대에 북한 내와 연결된 '탈북자 구호조직' 을 만들어 놓고 탈북자의 도피와 은닉을 돕고 있으며, 사회안전원은 이들 조직을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1956년 설립된 선교단체 '열린 문들(Open Doors)' 측은 이와 관련해 "94년 이후 북한에는 약 5백40개의 지하 기독교조직이 설립됐으며 수십만권의 성경이 밀반입됐다" 고 밝혔다.

'열린 문들' 의 미국지부 책임자인 테리 매디슨은 "북한에는 최소한 50만명의 기독교도가 있으며, 이들은 비밀 예배를 통해 신앙활동을 하고 있다" 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중국 공안당국의 협조 아래 수많은 요원을 옌볜지역에 파견해 탈북자 색출, 기독교인사 테러 등 공작을 벌이기 시작했다.

북한 내에서의 대응도 한결 철저해졌다.

지난해 12월 청진(淸津)시에서 붙잡힌 기독교도 11명은 체포 즉시 공개처형됐다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미 국무부는 99년 한해 동안만도 북한에서 모두 4백명의 기독교도가 처형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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