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평화포럼 "부시 북한 몰아세우면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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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 정상회담 1주년을 주제로 해 열린 제주평화포럼(15~17일)에서 참석자들은 '대북 화해.협력 정책 지지' 에는 견해를 같이했으나 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선 원론적 언급만 했다.

특히 최근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 강성 기조에 대해 대부분의 참석자가 '지나친 북한 몰아세우기는 좋지 않다' 고 지적했다.

◇ "대화가 중요하다" =특별연사인 윌리엄 페리 전 미국 대북정책 조정관은 "1994년 북한 핵 위기는 전쟁이 아닌 외교적 합의로 해결됐고, 2000년 미사일 위기도 다양한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됐다" 고 강조했다.

그는 또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북정책은 의회와 각계의 조언을 바탕으로 작성됐고, 부시 정부의 정책도 같은 연속성을 가질 것" 이라고 말해 부시 정부도 대화에 비중을 둘 것으로 전망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는 "과거 북한 핵 위기 때를 고려해 북한에 상호주의를 너무 엄격하게 요구하고 지나치게 압력을 넣으면 안된다" 면서 "먼저 신뢰 구축을 한 다음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고 말했다.

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주한 일본 대사는 "대북 관계 정상화는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건설적 대화를 통해 달성될 것" 이라고 언급했다.

에번스 리비어 주한 미대사 대리는 "미국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확고하게 지지하며 미.북 대화에서 미국은 전제조건을 달지 않을 것" 이라고 했는데 이는 '강성 미국이 새로운 긴장요인' 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 2차 정상회담 전망은=김대중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이 이루어져야만 남북간의 평화와 협력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 참석자들은 "올해 답방이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예상한다" (페리 전 조정관), "정상회담의 문은 아직 열려 있고 최근에는 대화 재개를 향한 긍정적 움직임이 있다" (데라다 대사)는 정도의 수준에서 언급하는 데 그쳤다. 공노명(孔魯明)전 외무부 장관은 "金위원장의 답방 실현에는 '미.북 관계가 발전할 것인지' 등의 문제들이 놓여 있다" 고 말했다.

한편 제주 평화포럼은 17일 '제주 평화선언' 채택을 끝으로 2박3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폐막됐다.

선언 내용은 ▶남북 정상회담 정신 을 계승하기 위해 제주 평화포럼을 정례화하고▶한반도.동북아.세계 평화 구축에 견인차 역할을 하기위해 노력하며▶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번영을 위한 연계망을 구축하고▶남북 평화센터를 설립한다는 것 등이다.

서귀포=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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