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휴대폰 시장 주도권 쟁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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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중국 휴대폰 시장을 놓고 세계 초대형 업체들이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중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연합전선을 펴며 살길 찾기에 나섰다.

중국 정보산업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휴대폰 가입자수는 1억5백19만명이었다. 중국 휴대전화 매출은 최근 수년간 30%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5년 안으로 휴대폰 이용자수가 3억5천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외국 업체는 2005년까지 휴대폰 가입자수가 6억~7억명으로 늘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중국은 앞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으로 커갈 전망이다. 이 황금시장을 현재 외국 업체들이 독식하다시피하고 있다. 모토로라.노키아.에릭슨 등 3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10%도 넘지 못하고 있다.

◇ 메이저사들의 공세〓유럽.미국의 휴대폰 제조 업체들은 중국을 돌파구로 여기고 있다. 다른 지역의 경우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며 가격할인 경쟁을 벌이고 있어 별로 남는 것이 없다.

경영 압박으로 지멘스.모토로라.에릭슨은 2천~1만2천명의 감원을 계획중이다.

특히 에릭슨은 휴대폰 부문에서는 세계 10위권 밖인 소니와 합작사를 설립해 추후에 소니에 휴대폰 사업을 매각할 뜻마저 비추고 있다.

그러나 중국 투자만큼은 예외다. 에릭슨은 휴대폰 수요면에서 중국이 곧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1980년대 말 투자를 시작해 93년까지 적자만 봤지만 에릭슨은 중국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다른 지역에는 1만2천명의 대규모 감원 칼바람이 불어도 4천명이 근무하는 중국만큼은 건드리지 않았다. 앞으로 5년간 51억달러를 더 쏟아부을 계획이다.

모토로라는 아시아 지역에 18개 디자인 센터.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지역 특성에 맞는 기기 개발이 목적이다. 또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에 34억달러를 투자했다.

지멘스는 중국 정보산업부와 중국의 제3세대 이동통신 표준안인 시분할동기방식(TD-SCDMA)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일본 교세라도 TD-SCDMA 개발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 토박이 업체들의 생존 몸부림〓중국산 휴대폰이 처음 시장에 나온 것은 3년 전. 그러나 중국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는 특히 중국의 젊은층 소비자들이 중국 휴대폰을 "싼 대신 질이 떨어지고 촌스럽다" 며 구매를 꺼리고 있다고 전한다.

중국 업체들은 짧은 기간에 비하면 기술력 향상이 돋보인다고 자위하면서도 이대로 가다가는 명맥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위기감에 빠져 있다.

지난 2일 ZTE.다탕.레전드.팬더.이스트커뮤니케이션 등 17개 중국 휴대폰 업체는 동맹을 결성한다고 발표했다.

개별적으로 외국 기업과 경쟁하기 힘드니 중국 기업끼리 힘을 합쳐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시 지싱 이스트커뮤니케이션 회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 앞으로 점유율을 50%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 라고 밝혔다. 각 업체가 연구.개발.배급.생산 등으로 역할을 나눠 비용 부담을 줄이고 효과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하고 외국 업체들이 등한시하는 소도시와 중서부 지역 등을 대상으로 홍보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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