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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인사동은 시민들의 '캔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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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요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은 차량 통행이 뚝 끊긴다. 대신 도로에 햐얀 천이 깔리고 빨랫줄이 걸린다. 커다란 물감통을 휘저은 붓을 천에 마음껏 휘두르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미술품이 탄생한다.

하나 둘 집게로 고정해 말리다 보면 여름 하늘은 어느덧 훌륭한 전시장으로 변한다. 돌벤치를 작업대 삼은 주부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이레마다 인사동은 '시민 예술가' 들로 붐빈다.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오후 5시 인사동 가나아트 숍 앞길에서 열리는 '당신도 예술가 2001' 행사가 시민들의 열띤 호응 속에 도심을 달구고 있다.

임옥상 화백(사진)과 유알아트 센터(Urart Center)가 미술관을 뛰쳐나와 대중과 호흡하는 예술을 만들자는 취지로 1999년 6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준비물이나 참가비 없이 시민들은 그저 행사장에 찾아가면 된다.

서울시와 문예진흥원 등의 후원을 받는 주최측이 재료와 미술 도구 등을 모두 제공하기 때문이다. 매달 마지막 일요일에는 여의도 공원으로 장소를 옮겨 행사를 연다.

지난 10일 인사동 행사의 주제는 '여름을 담은 보자기' . 원하는 만큼 자른 천에 그림을 그려 스카프.보자기.손수건 등을 만드는 것이었다. '차 없는 거리' 로 운영되는 이날 인사동 도로 한복판에 깔린 천 위에 옹기종기 앉은 시민들은 색칠하고 염색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네살 난 아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던 주부 김숙현(32.서울 노원구 상계동)씨는 "얼마 전 인사동에 왔다 우연히 참여한 뒤 너무 좋아 자주 온다" 며 "아이가 재미있어 하는 건 물론이고 오랫동안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는 어른들에게도 신선한 체험" 이라고 말했다.

매주 '예술가' 로 변신하는 8백여명의 시민들 중에는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많다.

바람개비 만들기, 사랑하는 이에게 프로포즈 깃발 보내기, 자갈에 그림 그리기 등 매주 주제를 달리하는 이 행사는 이미 소문이 퍼져 아이들을 데리고 온 외국인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띈다. 올 들어 11회째를 맞는 17일 인사동 행사에선 전통 부채 만들기를 한다.

유알아트 센터 김영현 사무국장은 "도시락 까먹으며 예술과 함께 주말을 보내는 자리에 좀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길 바란다" 고 말했다.

그는 "빠듯한 예산으로 대규모 행사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작품과 도구를 소중히 다뤄줬으면 한다" 고 당부했다. 행사 진행은 3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맡고 있다.

행사 정보와 자세한 사항은 유알아트 센터 홈페이지(http://www.urart.org)나 전화(02-3216-1877)로 문의하면 된다.

김성탁 기자

*** '당신도 예술가 2001' 이런 주제로…

▶3월 25일 5m 마분지에 경의선 기찻길 그리기

▶4월 1일 일 교과서 왜곡 규탄 퍼포먼스

▶4월 8일 소망 적힌 한지 매달아 봄 축원

▶4월 15일 'MD(미사일 방어체제)' 미로 찾기

▶4월 29일 봄바람따라 도는 바람개비 만들기

▶5월 6일 사랑하는 이에게 프로포즈 깃발을

▶5월 13일 '흙이 담긴 하루' 흙판화 만들기

▶5월 20일 '변신 돌멩이' 자갈에 그리는 그림

▶6월 3일 사진으로 표현하는 그림 이야기

▶6월 10일 '여름 담은 보자기' 천에 색칠하기

▶6월 17일 시원한 여름 전통부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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