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유화, 출자전환 안되면 독자생존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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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하이닉스반도체와 현대건설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가운데 현대석유화학이 채권단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현대유화를 실사한 아서 앤더슨은 15일 채권단에 보고서를 제출,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 추가지원이 없으면 독자생존 가능성이 작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채권단이 출자전환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현대유화를 사겠다는 회사가 나타나지 않으면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대유화가 매각에 실패할 경우 원칙대로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며 법정관리 가능성도 내비쳤다. 채권단도 이미 지난 3월 현대유화에 시설자금 1천1백50억원을 새로 지원하고 6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기존 여신 2천5백억원에 대해 6개월 동안 만기를 연장하기로 합의하면서 "추가지원은 없다" 고 못박은 상태다. 현대건설 및 하이닉스반도체와 달리 현대유화에 대해선 출자전환을 통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현대유화는 그동안 만기연장과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견뎌왔지만 하반기부터는 자체적으로 빚을 상환해야 할 상황이다.

이와 관련,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올해 신용장을 담보로 한 무역여신 9억달러 정도의 만기가 오는데 그 절반이 하반기에 몰려 있다" 며 "현대유화 스스로 갚아야 하지만 자력으로 상환하기 어려운 상태" 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자비용만 2천8백70억원이었는데 영업이익은 1천80억원에 불과,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했다. 올들어 원화가치 하락(환율은 오름)으로 환차손이 적지 않으며 석유화학 경기마저 좋지 않아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채권단은 일단 아서 앤더슨의 실사결과를 바탕으로 롯데계열 호남석유화학과 덴마크 보리알리스사에 현대유화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보리알리스사는 지난달 중순 현대유화에 실무진을 보내 매입 타당성을 검토했으며 이사회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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