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침범에 손놓고 있나" 비판 고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부가 최근 북한 상선의 연이은 영해.북방한계선(NLL) 침범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냐' 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 "지침이 없었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북한 상선이 처음 NLL을 침범했을 때는 대처할 시간이 없었더라도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정확한 지침을 마련해 북한 상선의 침범을 막았어야 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은 군만이 대응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면서 "국가 주권과 관련된 만큼 NSC 결과에 따라 정부 차원의 대북성명을 발표하고 군에 행동지침을 내렸어야 했다" 고 설명했다.

민병돈(閔丙敦.예비역 중장)전 육사교장은 "이번 북한 상선의 NLL침범은 '저강도(低强度)분쟁' 이므로 처음부터 확고한 대응태세가 필요했다" 면서 "그러나 '지혜롭게 대처하라' 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군에 대한 지시로 이같은 태세가 이루어질 수 없게 됐다" 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합참은 정부에서 방침을 결정하면 정전협정에 따른 교전규칙과 우리 군의 작전규정에 따라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게 임무" 라면서 "답답한 심정" 이라고 말했다.

◇ 일관성 없는 발언〓김동신(金東信)국방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국방위에서 "앞으로 북한 선박이 NLL을 침범할 경우 직책을 걸고 무력사용 등 강력하게 대처하겠다" 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3일 북한 상선이 다시 NLL을 침범했는 데도 무력사용은 없었다. 그러다 14일엔 다시 국회에서 "북한 상선이 영해를 침범할 경우 유엔사 교전규칙에 따라 강력대응할 것" 이라며 대응구역을 NLL에서 영해로 후퇴했다.

◇ 묘책은 없나〓정부가 현재 이 사안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이상 시원한 해결책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게 전반적인 관측이다.

이와 관련, 한양대 김경민(金慶敏)교수는 "북한 상선은 무장 선박이 아니므로 남한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일단 몰아내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면서 "동시에 정부는 북한과 '상호주의' 에 입각한 협의를 통해 남한 상선도 북한 영해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가 NLL수역의 작전범위 개정 등을 검토하는 것도 NLL이 갖고 있는 복잡미묘한 상황을 감안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볼 수 있다.

김민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