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문가 긴급 좌담] 물관리 이대론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올해 우리나라는 사상 유례없는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다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있는 물이라도 잘 관리해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하고, 대체 수자원을 개발하는 등 물 정책을 이번 기회에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은 적지 않다. 그러나 물관리와 개발을 주먹구구로 해 이번 가뭄의 고통이 더했다.

중앙일보는 물 전문가들과의 좌담을 마련해 우리나라 물관리 체제와 중장기 과제 등을 짚어 봤다.

▶사회〓가뭄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말 우리나라에 물이 부족한지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김영환〓최근 10년 동안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이상기후 탓인지를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우리의 물관리 체제를 대폭 정비할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한 것만은 틀림없다.

▶정효상〓빈발하는 자연재해는 이상기후의 영향이 크다. 과거에는 비나 태풍 등 대부분의 자연현상이 평형을 유지했다.

이런 균형이 사람들에 의해 깨지면서 집중호우가 내리거나 장기간의 가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발생 횟수 역시 잦아지고 있다.

▶김승〓우리나라의 강수량은 여름을 전후한 4개월 사이에 60~70%가 집중적으로 내린다. 그만큼 물관리가 중요한 나라다. 여름 한철은 물이 넘치고, 갈수기에는 없어서 애를 태운다.

그래서 물이 많을 때 잘 관리해 갈수기에 쓰는 식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물 사용량이 계속 늘어나 2006년부터는 물 부족 국가가 될 전망이다.

사실 지금도 우리나라는 수자원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강수량 중 증발되는 것을 빼고는 약 34% 정도를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그 어느 나라보다 수자원 이용률이 높다.

이 정도 이용률은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 등을 제외하면 사실 최고치에 다다랐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수자원 관리가 어렵다. 우리는 증가하는 용수 수요에 대비, 신규 수자원개발로 수자원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나 수요대로 사용량을 계속 늘려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적극적인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정상〓물론 물 이용률은 높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름 한철에 내린 강수량의 대부분이 바다로 흘러간다. 그 양이 연간 강수량의 3분1 정도인 3백40억t이나 된다.

이 물을 잘 가뒀다가 필요할 때 써야 한다. 그렇게 하면 안정적인 물 공급이 가능해 가뭄을 이기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규모 댐을 새로 짓는 것은 환경단체의 반발과 님비현상 등으로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 대안이 중소 규모의 댐을 쌓아 수요자인 각 지역 지자체들이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자신들이 쓸 물을 저장하기 위해 댐을 쌓는데 반대할 것 같지는 않다. 중앙집중식에서 유역 단위의 물관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회〓우리나라의 물관리는 아주 비효율적으로 분산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황을 짚어 보고 개선점을 찾아보자.

▶한정상〓지하수의 수질관리는 환경부가 하고, 양 관리는 건교부가 하는 등 관련 기관만 10개나 된다.

땅 위의 물도 마찬가지다. 전세계적으로 이런 관리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물관리가 잘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하수의 경우 물을 찾기 위한 관정을 민간인들이 수없이 뚫고 있으나 관리는 전혀 되지 않고 있다.

뚫기만 하고 방치한 것이 많아 지하수의 오염을 부채질하고 있으나 정부로서는 속수무책이다. 관리기관이 많지만 정작 필요한 관리는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 이를 하나의 기관에서 맡아 관리해야 한다.

▶김영환〓관리기관도 문제지만 물에 관한 기초자료가 없는 것도 심각하다. 우리나라에 얼마만큼의 물이 있는지, 어떻게 순환되는지에 대해 지금까지 연구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하천에 대한 기초자료를 모으는 데 1천명의 공무원이 매달리는데 우리나라는 20명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방치하는 수준이다.

▶김승〓물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2006년 이후가 문제다. 지금부터라도 다양한 대책을 세워나가야 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김영환〓단기적으로는 ▶절약▶생활하수 재활용▶누수 방지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하고 국민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물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 그렇지 않다. 중요한 것은 누수를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정효상〓인공강우도 짧은 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안이다. 빗물 이용도 적극 권장할 만하다.

▶한정상〓우리나라는 경사가 급해 토사 유출이 심한데 이를 막고 토사 속에 물을 저장하기 위한 사방댐을 곳곳에 설치할 필요가 있다.

또 지하수와 지표수는 떼어 놓고 말할 수 없다. 서로 연계해 운용하는 시스템을 하루 빨리 갖춰야 한다.

사회.정리=박방주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참석자>

김 승(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한정상(연세대 교수.지구시 스템과학과)

정효상(기상청 기상연구소장)

김영환(과학기술부 장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