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수질환경센터 박완철박사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1천5백50만t 정도의 생활 하수가 쏟아져 나온다. 이를 깨끗하게 정화해 다시 쓰면 웬만한 가뭄에는 농사용 물 걱정을 상당부분 덜 수 있다.

생활하수를 정화해 수돗물 원수(原水) 수준으로 깨끗하게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뿐더러 비용도 지금의 하수처리장 가동비 정도면 된다.

생활하수 자체가 그렇게 더럽지 않아 처리가 쉽기 때문이다. 이미 그만한 기술은 우리나라에서 개발해 보급 중이다.

그러나 아깝게도 생활하수 대부분은 그냥 버려지고 있다. 하수도 정책 탓이다. 지금까지 하수도 정책은 재활용을 고려하지 않고 대부분 정화한 뒤 버리는 방식으로 시행돼 왔다.

현재 생활하수는 각 가정.건물과 하수처리장간에 연결된 하수도관을 통해 모아 처리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하수처리장이 하천의 하류에 위치해 하수를 깨끗이 정화했더라도 재활용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천 상.중류는 가물 때는 물의 씨가 마르게 된다. 하수도관이 많이 손상돼 제 구실을 못하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2005년까지 전국민이 하루에 배출하는 생활하수량의 두배에 육박하는 3천여만t 정도까지 하수처리 시설을 늘린다고 한다. 이 역시 대부분 지금과 같은 방식이다.

생활하수를 재활용하고 환경을 살리는 길은 하수도 정책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중소 도시, 대도시의 위성 도시, 농어촌 마을 단위별로 소규모 하수처리장을 만들어 하수가 발생하자마자 처리하는 식으로 고쳐야 한다.

이를 '하수 발생원 처리' 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깨끗하게 정화된 하수가 하천의 상.중류 지역으로 흘러들어 하천의 수량을 늘리고, 생태계도 되살릴 수 있다.

비용면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는 하수도관을 묻지 않아도 되므로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무조건 대규모 하수처리장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에서는 가뭄 대책의 일환으로 저수량 1억t 안팎의 중소형 댐 10여개를 건설, 10억t의 저수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생활하수의 30%만 발생 현장에서 처리한다면 하루에 4백50만t, 연간 16억여t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소형 댐 건설보다 나은 가뭄 대책의 효자가 아닌가 한다. 생활하수와 같이 처리하기 쉬운 오폐수를 재활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펴는 것이 다가올 물부족 시대를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박완철 박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