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段위원장 검거 나선 배경] 정부, 노동계 강공 선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사법당국이 결국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 체포에 나섰다.

6.12 연대파업을 강행한 노동계에 정면 대결을 선언한 것이다.

그를 민주노총 지도부와 함께 사법처리함으로써 강경 일변도의 노동계 기세를 꺾어 놓겠다는 뜻이다.

15일 그에 대한 검찰의 형집행정지 취소 결정엔 이런 정부의 분위기가 반영됐다. 민주노총이 정치적 투쟁으로 흐르고 있어 '국가기강 확립' 차원의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段위원장의 형집행정지 취소 이유를 "석방된 후 산업평화 정착에 기여하기보다 1999년 9월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선출된 뒤부터 각종 불법 파업 및 폭력적인 집회.시위를 주도했기 때문" 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대중 대통령은 12일과 13일 연이어 "불법파업에 단호히 대처할 것" 이라며 '극렬 세력' 이라는 표현도 썼다. 이런 대응엔 6.12 파업 등 최근 민주노총의 행동에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배경으로 깔려 있다. 민주노총은 "우리를 와해시키려는 명백한 탄압" 이라며 "전면전이 불가피하다" 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총도 "현 정권의 한계를 드러냈다" 고 비판했다.

◇ DJ와 노동계의 애증〓과거의 양자 관계는 동지 관계였다. 그러나 지금 특히 민주노총과는 거의 적대 관계나 다름없다. 한국노총도 항공업을 노동법상 파업이 엄격히 제한되는 '필수 공익사업장' 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현 정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이던 노동계와 정부 사이의 앙금이 커진 것이다.

국민의 정부 출범 전후 DJ와 노동계는 같은 배를 탄 것처럼 비춰졌다. 두 노총은 "동지로서 金대통령에 대해 큰 기대를 걸었었다" 고 말한다. 현 정권과 노동계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98년 이후 진행된 구조조정 때문이다.

특히 민주노총과의 갈등은 98년 중순 만도기계 농성장 강제진압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사회보험노조.롯데호텔 진압은 그 틈새를 넓혔다.

그러다 올해 대우차 정리해고와 폭력 진압이 있었다. 이어 있은 이번 파업으로 양자 관계는 아주 악화됐다.

한국노총 노진귀 정책본부장은 "정권 초기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고 주장한다. 다만 민주노총에 비해 한국노총은 정권에 대한 적대감이 덜하며 여운을 두고 있다. 당분간 정부와 노동계 사이엔 냉기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성식.강갑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