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의 시조 '피터 드러커 평전'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이 책들은 '경영학의 시조' 피터 드러커(92)에 관한 것이다.

하나는 '드러커 마니아' 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의 책을 도맡다시피 번역한 대구대 이재규 교수가 쓴, 말 그대로 평전(評傳)이요, 하나는 드러커의 21세 비전 시리즈 3부작 중 마지막 책이다.

시리즈 중 두권은 이미 『프로페셔널의 조건』『변화 리더의 조건』(이상 이재규 옮김)이란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돼 나왔다.

흔히 탁월한 예지력 때문에 앨빈 토플러 등과 함께 '미래학자' 로 알려진 드러커는 정치.경제.역사.예술(특히 미술) 등 다방면에 정통한 '신(新)르네상스인' 이다.

드러커 자신은 경영과 경제 외에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들어 '사회생태학자(socioecologist)' 로 불리고 싶어한다.

아무튼 평전에서 그를 '지식 르네상스인' 으로 규정한 저자는 그 닮은꼴의 원형을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인의 대표자 중 레오나르도 다 빈치 대신 미켈란젤로에서 찾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저자는 만학(萬學)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자연탐구를 예술의 궁극적 목표로 삼았던 다 빈치와 달리 미켈란젤로는 어떤 소재 속에 갇혀진 이념을 현실에서 해방시키는 것을 그 이상으로 삼았다고 보고, '지(이론)행(실천)합일형' 의 드러커를 미켈란젤로에 비유한 것이다.

우선 평전은 재미있으며 얻을 것이 많아, 딱딱할 지 모른다는 일반의 선입견에 한 방 먹인다.

특히 거의 20세기와 함께 살아온 드러커의 개인사와 그와 필연관계를 형성한 20세기 유럽.미국사의 주요한 장면을 오버랩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역사적 인물' 로서의 드러커를 조명한 점은 훌륭하다.

오스트리아(빈)에서 태어난 드러커는 독일(함부르크와 프랑크푸르트)과 영국(런던).미국(뉴욕과 LA)을 유전(流轉)하며 프로이트.케인스.슘페터.맥루한 등 시대적 거물들의 영향도 받고 교유(交遊)도 했는데, 그가 이런 지적 편력을 토대로 '지식사회' (그가 이 말을 지어냈다)의 도래를 예언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다른 책 『이노베이터의 조건』은 그야말로 지칠줄 모르는 노익장의 혈기 그것이다. 30여권의 방대한 저서 중 최근작에 해당하는 것으로, 드러커는 그 성격을 "새로운 사회(New Society)에 관한 책" 으로 규정했다. 경영학자가 아니라 '사회생태학자 드러커' 의 사상을 담은 셈이다.

여기서 그는 지리적 근접성이나 혈연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형성된 공동체가 아니라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를 역설한다.

이에 도달하기 위해 개인들은 '평생학습' 에 매진하는 지식인이어야 하며, 더불어 지식인으로서의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재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