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북한상선 통과 이면합의설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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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4일 국회 국방위에서는 '북한 상선의 우리 영해 통과와 6.15 정상회담 밀약설' 공방이 계속됐다.

한나라당 박세환(朴世煥)의원은 지난 2일 제주해협에 들어왔던 북한 상선(청진2호)과 우리 해군함정(수원함)간 교신 내용을 공개하고 "6.15 회담에서 북한의 제주해협 통항에 대한 밀약이 있었다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임을 보여주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교신에서 북한 상선은 "6.15 북남 협상 교환시 제주도 북단으로 항해하는 것이 자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으로 결정된 것으로 잘 알고 있다" 고 우리측에 타전했다.

반면 민주당 유삼남(柳三男)의원은 "북한 상선의 교신 내용은 영해 침범에 대해 자기변명을 늘어놓은 상투적 기만전술에 불과한데도 야당에서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 고 맞섰다.

◇ "이면 합의설" 〓육군 대장 출신인 朴의원은 "교신 내용을 보면 북한의 영해 침범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임이 드러난다" 고 말했다. 朴의원은 "우리 함정에서 '귀국선수 전방에 대형 합동훈련이 있다' 고 하자 청진2호는 '우리도 잘 알고 있다.

현 침로.위치.속도와 남측 해군 함정 4척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보고하고 있다' 고 말했다" 며 "이는 북측이 우리 해군의 작전상황을 영해 침범 중에도 계속 상부에 보고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같은당 강창성(姜昌成)의원은 "일각에선 북한과 영해 통과에 대한 이면 합의 때문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군의 강력 대응을 만류했다는 얘기가 있다" 고 추궁했다.

한편 朴의원측은 교신 자료 입수 과정에 대해 "관련 자료를 국방부측에 요구한 데 대해 지난 12일 군 관계자가 찾아와 교신 내용을 朴의원에게 구두로 설명했고, 옆에서 보좌관이 받아 적은 내용을 정리해 공개한 것" 이라고 말했다.

◇ "북한 상선의 궁여지책(窮餘之策)" 〓답변에서 김동신(金東信)국방부 장관은 "북측 선박이 영해를 통과하면서 우리측 거부시위에 당황한 나머지 6.15 공동선언을 궁여지책으로 내세운 것으로 추정한다" 고 말했다.

임동원(林東源)통일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6.15 공동선언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있지 않고 논의된 사실도 없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이면 합의도 전혀 없다" 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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