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개 국립대 '짝짓기'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전국 44개 국립대가 각자의 장점을 살려 연합을 추진하는 등 본격적인 '짝짓기' 를 시도하고 있다. 백화점식 운영을 반복해서는 고질적인 학생 모집난에서 벗어날 수 없고, 장기적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인식 때문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13일 서울대.전북대.제주대를 제외한 전국 국립대(산업대 포함)들이 제출한 발전계획안을 분석한 결과 권역별 특화.연합.통합 등 다양한 구조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각 국립대 교수협의회는 "대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졸속 발전계획안" 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간 연합 또는 통합이 이뤄질 때까지 넘어야 할 난관이 많은 실정이다.

◇ 연합.통합〓영남권 대학들의 연합.통합이 발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경북대 등 대구.경북 지역 5개 국립대학이 2010년까지 '대구.경북지역 국립대학교(TKNU)' 체제를 구축키로 했다.

부산 지역도 부산대.부경대.한국해양대 등이 수산.해양 분야의 학과를 통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발전계획안을 내놨다. 1996년 부산공업대와 국립 수산대가 통합해 부경대가 된 뒤 5년이 지나 또 다른 통합 요인이 생긴 것이다.

이에 반해 전남.충청지역은 각 대학이 지닌 장점을 바탕으로 특성화를 추진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 인력수급이 필요하고 학생들이 선호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대학들이 서로 특성화하겠다고 나서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난관〓각 대학의 교수회 및 교수협의회는 이같은 국립대의 발전계획안에 대해 "국립대 총장들이 교육부의 당근(예산)을 따내기 위해 교수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서둘러 발전계획안을 만들었다" 고 주장하며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교육부 대학행정과 김화진 과장은 "국립대들이 나름대로의 장점을 발견해 특화된 전략을 세우는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 이라며 "앞으로 실현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은 있겠지만 절반은 성공한 셈" 이라고 평가했다.

강홍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