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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제대' 브로커 수첩 14권에 의문의 '지도층 리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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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현역 장성의 의병제대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의 강순덕(38.여)경위는 4일 병역 브로커 최모(52)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생면부지의 최씨가 자신의 수첩에 강 경위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놓았던 것이다. 강 경위가 최씨에게 경위를 따지자 "지난해 언론에 강 경위가 병역비리를 수사한 사실이 소개되면서 강 경위를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최씨가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경비시설을 둘러싼 군 공사 비리 수사를 한 강 경위를 경계의 대상으로 여기고 연락처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최씨에게서 모두 14권 분량의 수첩을 압수했다. 이 수첩에는 고위 외교관을 비롯해 유명 병원 원장, 중소기업 대표, 현역 경찰관 등의 이름과 연락처 등이 담겨 있었다.

일부 인사의 경우 주민등록번호까지 적혀 있었다. 경찰은 수첩에 적힌 명단이 수사에 직접적인 단서가 되긴 힘들지만, 이들과 관련한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경찰은 "오랜 기간 강남 일대에서 사채업을 해온 최씨가 아는 사람들을 적어놓은 수첩인 만큼 분량도 많고, 적혀 있는 모든 사람이 병역비리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도 "최씨의 수첩을 추가 혐의를 파악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군 검찰은 전날 구속된 육군 의무감 소병조 준장에게서 400여명의 이름이 담긴 수첩을 압수하고 이들이 의병제대와 관련이 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군 검찰은 수첩에 적혀 있는 사람 가운데 소 준장이 의병제대에 개입한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군 복무를 한 자녀가 있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국방부에 따르면 9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군 복무 중 질병으로 전역한 의병제대 사병 수는 매년 3900~4300명씩 총 2만900여명에 달한다.

이수기.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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