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원화 강세, 중국 긴축 등으로 내년에 우리 기업들의 실적 증가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못할 것이란 예상은 새로울 게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실적 전망이 나빠지고 있는 게 문제다.
주요 증권사들이 내놓은 최근 '어닝스 가이드(실적 전망)'를 보면 LG투자증권은 분석 대상 199개 상장.등록사의 내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각각 7.6%와 10%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이들 기업의 매출액이 16.3%, 영업이익은 4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비교하면 실적 증가세가 꺾이는 폭이 매우 가파른 셈이다.
삼성증권은 분석 대상 상장기업 135개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올해 47%에서 내년엔 6%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원증권은 분석 대상 184개 상장.등록사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올해 47.6%에서 내년엔 6.9%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치는 하나같이 지난 9월에 비해 악화된 수치들이다. LG증권의 경우만 해도 내년 매출액 전망치는 3%포인트 증가했으나 영업이익 전망치는 1.2% 감소했다.
LG증권 박종현 기업분석팀장은 "금리 인상을 단행한 중국의 긴축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내수 회복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반도체.철강.석유화학 업종의 실적 전망치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전체 경기와 시장 분위기에 큰 영향을 주는 대장주들도 실적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증권은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을 올해보다 4.9% 감소한 12조원대로 추정했다. 삼성증권은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올해 2조5900억원대에서 내년엔 2조6000억원대로 증가하지만 증가율은 올해 16%에서 1%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고 있는 포스코는 내년 영업이익 증가율이 10%로 올해(62%)보다 뚝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이상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