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새로운 4년] 세계의 반응 - 1.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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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고이즈미 관계는 일본의 국가적 자산이다."(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대리)

부시의 재선에 일본의 정.재계는 자기일처럼 환영했다. 역대 최고의 밀월기라는 미.일 관계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국관계를 한꺼풀 벗겨보면 일방적인 미국 맹종이라는 비판도 있다.

◆ 정가=정치인들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를 비롯해 존 케리 후보의 당선을 경계해왔다. 이라크전쟁.북핵문제 등 외교정책의 방향이 바뀔 경우 고이즈미 정권의 명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이즈미는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견했고 12월 중순에 끝나는 활동시한의 1년 연장을 추진 중이다.

북핵문제도 마찬가지다. 북.미 양자협상을 주창한 케리가 이겼다면 6자회담 틀 안에서 일정 지분의 발언권을 행사해온 일본의 영향력은 대폭 축소된다. 그럴 경우 고이즈미가 공을 들여온 수교협상과 납치문제 해결이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하다.

◆ 안보전략 이해관계 일치=부시 정권이 일본의 장기적인 국가전략에도 부합한다. 부시는 집권 초기부터 일본을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안보파트너로 설정했다. 유럽에서 영국의 역할에 걸맞은 위상을 일본에 부여한 것이다.

헌법을 고쳐 패전국의 굴레를 벗고 자위대를 군대로 격상하는 것과 동시에 집단적 자위권을 회복해 명실상부한 강대국으로 거듭난다는 일본의 전략에 부시 행정부는 최대의 원군이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도 부시의 지원을 약속받아 두었다. 한 외교소식통은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 부장관 등 지일파 인사들이 2기 행정부에서도 요직에 남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일변도의 외교노선이 균형감각을 상실했다는 반론도 많다. 아사히(朝日)신문은 4일 사설에서 "부시 지지만으로는 독자적 존재감을 보일 수 없다.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아시아에서 발언력을 높이고 미국에 할 말은 하는 일본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무역마찰 회피=일본 경제계도 안도한다. 케리 후보는 "일본과의 통상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301조 발동 등 강력한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부시 정권과는 현재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문제를 빼고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미국은 각종 국제회의에서 일본의 경제정책을 높이 평가해 왔다. 일본 정부가 엔고 저지를 위해 지난해부터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을 한 데 대해서도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물론 대중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이 중국에 압박을 가해 중국 경제가 위축되면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일본 경제도 타격이 예상된다.

도쿄=예영준.김현기 특파원

*** 5일 한국 방문하는 마치무라 일본 외상 "6자회담 못 미뤄 … 북한 설득할 것"

"재선에 성공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개인적으로 의기상통합니다. 여러 분야에서 매우 좋은 일.미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주요 과제이겠지요."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사진) 일본 외상은 4일 도쿄(東京) 외무성에서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미.일 관계에 대한 밝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외상 취임 뒤 처음으로 5~7일 한국을 방문, 북핵 문제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북한 등 동아시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가장 큰 불안요소는 북한 문제다. 북한은 일본.미국.한국이 서로 엇박자를 내기를 원한다. 방한 기간 중 서로가 보조를 맞추자는 의지를 확인하려 한다. 북한이 6자회담을 더 연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9일부터 일본.북한이 납치 문제를 협의하는데 6자 회담을 재개하자고 설득하겠다."

-고이즈미 총리는 남은 2년 임기 이내에 북한과의 수교를 원하는데.

"내가 외상에 취임한 뒤 고이즈미 총리가 지시한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가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였다."

-그런데 왜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언급했는가.

"지난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북 협상에선 북한이 너무 불성실해 일본에선 제재 여론이 높아졌다. 대화와 압력을 동시에 사용하되 경제 제재도 하나의 선택 수단으로 갖고 있다."

-일본은 유엔안보리 상임 이사국이 되기를 바라지만 한국은 아직 찬성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유엔 재정 분담금 등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해온 여러 활동을 평가한다면 한국도 지지해주지 않을까 싶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문제로 지적되는데.

"일본에선 생전에 무슨 일을 하든 죽으면 모두 신이 된다고 믿는 사생관이 있다. 결코 전쟁을 찬미하거나 식민지 지배를 미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참배한다는 것을 이해해 줬으면 한다."

-한.일 간에 진행 중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포함, 동북아 경제협력체 구상은.

"곧바로 유럽연합(EU)처럼 되기는 힘들겠지만 공통의 가치관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선 먼저 FTA나 경제연계협정(EPA)을 맺는 것이 중요하다. FTA는 경제 효율을 높이는 '윈-윈 전략'으로 해석해야 한다."

도쿄=예영준.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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