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 일 '에너지 쟁탈전' 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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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과 일본이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양국은 동중국해의 춘샤오(春曉)가스전 개발에 이어 최근 러시아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놓고 또다시 부닥쳤다.

뉴욕 타임스는 4일 러시아 원유와 천연가스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이'에너지 대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당초 바이칼호~만주를 거쳐 시베리아산 원유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입하는 프로젝트를 러시아 측과 추진해 왔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이 끼어들면서 무산됐다. 일본은 러시아 측에 120억달러가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에 수십억달러의 금융 지원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규모 자금 지원은 러시아의 마음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러시아 정부는 결국 4000km 파이프라인 노선을 바이칼호~나홋카로 변경했다.

일격을 맞은 중국은 일본이 그동안 공을 들여온'사할린Ⅰ프로젝트'에서 생산될 가스를 독식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중국은 이 프로젝트의 대주주 격인 엑손모빌을 설득했다. 이 가스전의 매장량은 4850억㎥에 이른다.

중국의 설득은 효과가 있었다. 엑손모빌의 리 레이몬드 회장은 최근 일본 정부 관계자를 만나 "2008년부터 중국 석유천연가스공사(CNPC)에 전량을 공급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통보했다. CNPC는 이르면 내년 초 엑손모빌과 독점 공급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엑손모빌과 함께 30%의 지분을 보유한 일본이 사할린~일본 간 1500km의 해저 파이프라인을 매설해 가스 전량을 수입하려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동중국해의 춘샤오 가스전 개발을 놓고도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양국은 지난주 베이징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는 실무접촉을 했지만 견해 차이만 확인했다.

중국과 일본이 에너지 자원을 놓고 다투는 이유는 두 나라 모두 에너지원의 절대량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1993년부터 원유 순수입국으로 돌아선 뒤 올 상반기에 원유 수입량이 40% 증가할 정도로 고성장에 따른 에너지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석유 소비국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은 10년 침체에서 벗어나는 와중에 고유가의 복병을 만난 상태다. 다케나가 헤이조 일본 경제 재정 담당상은 "고유가가 일본 경제 성장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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