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사회, 대구에 TV경마장 설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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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마사회가 대구에 TV경마장 설치를 추진하자 대구 경실련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지난달 31일 대구시 중구 금호호텔(사장 이부연)을 TV경마장(장외마권발매소) 예정지로 선정했다.

오는 7월말까지 금호호텔내 연회장 등 2천평을 TV경마장이 가능한 '문화·집회시설'로 용도변경하고 부채(법정관리)를 해결하는 조건이다.

TV경마장은 마권을 구입(배팅)해 경기도 과천의 경마장 실황을 인공위성으로 중계하는 TV를 보며 경마를 즐기는 곳.

현재 서울 ·경기 23개소,광주 ·대전 각 1개소 등 전국적으로 25개 TV경마장이 운영되고 있다.

앞서 마사회가 지난 2월 TV경마장 설치를 위한 '건물임대 희망공고'를 내자 대구의 8개 업체가 신청했다.마사회는 4차례 서류심사와 현지답사 등을 통해 8개 업체 중 여건이 좋다고 판단된 금호호텔을 예정지로 선정했다.

쟁점이 되고 있는 TV경마장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들어본다.

◇설치 반대=대구 경실련은 설치계획의 철회를 촉구중이다."건전한 레저문화로서의 성격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사실상의 합법적 도박"이라는 이유에서다.

경실련은 "수입과 세수 확대에 급급한 마사회 ·자치단체 ·임대업체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전국적으로 TV경마장이 크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이에 따라 설치계획 철회는 물론 대구시의 적극적인 저지,대구지역 TV경마장 설치기준과 심사기준 공개 등을 요구했다.

조광현(40)사무처장은 "TV경마장은 실제 경마장보다 사행심 조장이 훨씬 강해 여가선용 대신 도박적인 성격만 나타난다"며 "이 경우 경마에 빠진 시민들의 삶을 황폐화시킨다"고 경고했다.정선카지노나 TV경마장을 운영중인 다른 지역에서 얼마든지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는 것.

조사무처장은 또 "마사회 ·대구시 등이 주장하는 지방세수 증대 등 경제적 효과도 교통체증 ·가정파탄 등 지역민이 감당해야 할 사회 ·문화적 비용에 비하면 매우 미미하다"고 주장했다.경실련은 마사회 항의방문 등을 계획중이다.

◇설치 찬성=마사회와 지난해 설치 건의서를 낸 대구시는 재정확대에 기여한다고 역설한다.총매출액의 10%(마권세) 중 50%는 경마장 소재지인 경기도에,나머지 50%는 대구시에 지방세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대구시의 연간 지방세 수입(하루 3천명 입장기준)은 70∼80억원.

부산시 ·울산시 등 자치단체가 앞다퉈 TV경마장을 유치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또 매출액의 72%는 고객에게 돌려주는 환급금,10%는 교육세 등 국세,8%는 마사회 이익금과 운영비로 사용된다.

사행성 조장에 대해 마사회 관계자는 "10만원까지 소액으로 마권 발매 상한선을 제한해 사행심 조장이 적다"고 말했다.오히려 "경마는 전세계 1백여 나라에서 시행할 정도로 이미 대중적인 레포츠로 자리 잡았다"고 반박한다.

마사회는 금호호텔이 조건을 충족하면 TV와 의자설치 등 내부시설을 해 오는 연말부터 운영에 나설 계획이다.대구에 1개소 추가설치도 검토중이다.

한편 금호호텔 이부연 사장은 "법정관리 해제와 부채 청산을 위해 건물을 임대해줄 뿐"이라며 자세한 언급을 회피했다.

황선윤 기자

<경마장 추진 일지>

▶2000년 7월=대구시,마사회에 TV경마장 설치 건의

▶2001년 1월=마사회,TV경마장 설치 위한 건물임대 희망자 공고

▶ 〃 2월=8개 희망업체 접수

▶ 〃 3월=업체대상 서류심사및 현지답사

▶ 〃 5월=금호호텔을 예정지로 조건부 선정

▶ 〃 8월=농림부에 건물사용 승인신청

임대차 계약후 호텔 내부시설 시작

▶ 〃 12월=개장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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