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의 WTO 가입, 대응 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과 중국이 농업보조금 등 쟁점에 합의함에 따라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오는 11월 가입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세계 경제의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억 인구에다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중국의 WTO 가입은 세계 경제는 물론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의 관세가 낮아지고 무역분쟁 절차 등이 국제기준에 맞게 정비되면 우리의 중국시장 접근이 쉬워질 것은 분명하다. 특히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통신 등의 분야에서 파고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우리에게 연 4억6천만달러의 수출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낙관적 측면 못지않게 충격도 크다. 당장 중국에 대한 수출 증대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부터 미지수다. 외국의 유수 기업들이 금세 본격적으로 시장 쟁탈전에 뛰어들 것이고, 이미 세계시장 곳곳에서 한국 제품이 중국에 밀릴 정도로 중국 상품의 경쟁력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더욱 걱정은 외국인 투자다.

중국은 이미 미국.영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외국인 투자유치국이다. WTO 가입을 계기로 여건이 개선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건비.땅값.규제 등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한국으로부터 더욱 빠르게 중국 쪽으로 발길을 돌릴 공산이 크다. 아울러 마늘 등 값싼 중국 농산물이 대거 국내에 들어오면서 국내 산업에 치명적인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의 WTO 가입은 우리에게 기회 못지않게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노사가 반목하고 정부.재계가 갈등하는 현 상황에서는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공동으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하는 등 산업을 재편하고 틈새시장 개척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노사 갈등을 자제하고 기업 관련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 로 탈바꿈하는 데 노.사.정이 전력을 기울일 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