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채무 늘린 범인은 신용카드회사 카드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용카드사들의 과도한 카드론 대출이 과다채무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상환 대출을 3건 이상 보유한 개인을 가리키는 과다채무자 중 상당수가 카드론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카드사들의 느슨한 대출심사로 능력에 비해 과중한 대출을 받는 사람이 많아, 부실채권을 관리하기 위해선 대출심사 정책에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명중 6명이 카드론 이용= 31일 개인신용평가회사(CB)인 한국신용정보(한신정)에 따르면 과다채무자들의 59.36%가 카드사의 신용대출 상품인 카드론을 이용하고 있다. 이는 비과다 채무자의 카드론 이용비율(13.96%)의 4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국내 금융기관(은행, 카드, 캐피탈, 보험, 저축은행)의 전체 개인 여신에서 과다채무자에 대한 여신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말 현재 사상최고치인 28.10%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과도한 카드론 대출이 이 같은 비중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과다채무자들의 제2금융권 전체 대출상품 이용비율을 살펴봐도 카드론 이용비율이 월등히 높다. 과다채무자의 보험사 대출상품 이용 비율은 11.50%, 캐피탈업권은 37.99%, 저축은행은 16.39%로 카드론 이용 비율에 비해 현저히 낮다. 제2금융권 기관 중에서도 유독 카드사들의 대출 심사가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신정 한민희 연구원은 "과다 채무자들의 비은행권에 대한 거래비율은 89.88%로 비과다채무자(49.81%)에 비해 높은 (거래) 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과다채무자의 76.57%가 은행과도 거래를 하고 있어 향후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은행업권에도 전염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높은 과다채무자 이용비율, 왜=신용카드사들은 일반적으로 시중은행을 제외한 제2금융권에 대한 대출건수가 3~4건에 이르는 고객들을 과다채무자로 분류하고 대출심사 시 감점을 부여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일반적인 과다채무자 개념에서 한발 더 나아가 2개 이상의 금융기관과 거래를 하는 고객들을 '다중채무자'로 분류하고 이를 대출심사 때 감점요인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저축은행의 주택담보 후순위 대출만 이용해도 대출건수가 3건을 훌쩍 넘는다"며 "현실적으로 카드론 이용고객에게 은행권과 동일한 과다채무자 기준을 적용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다채무자들의 카드론 이용비율에는 카드사들의 또 다른 대출상품인 현금서비스 이용비율이 포함되지 않는다. 그만큼 카드사들이 과다채무자에 대한 기준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금서비스 이용비율까지 포함할 경우 과다채무자들의 카드사 대출상품 이용비율이 70~8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한편 과다채무자의 카드론 이용 비율이 높은 것은 카드론 상품의 금리경쟁력에 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카드론 이용 금리는 평균 연 19.16%(09년 말)로 평균 연 30%를 웃도는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금리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

다른 카드사 여신담당부장은 "은행을 제외한 금융기관에서 총 대출액이 5000만원이 넘는 경우에도 카드론을 실시하지 않는 등 나름대로 건전성 유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