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39분 이기고 운 KCC, 1분 이기고 웃은 모비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모비스 함지훈(오른쪽)이 KCC 수비를 따돌리고 골 밑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함지훈은 KCC 센터 하승진이 빠진 골 밑을 휘저으며 26점을 올렸고, 챔피언결정전 1차전 승리를 이끌었다. [울산=뉴시스]

마법 같은 역전승이었다. 39분 뒤지다 1분을 남기고 뒤엎었다. 모비스가 31일 울산에서 벌어진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1차전에서 KCC를 91-86으로 꺾었다. 기선을 제압한 모비스는 세 시즌 만의 통합 우승을 향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역대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76.9%(13회 중 10회)에 이른다.

기적의 1분이었다. 모비스는 4쿼터 초반 강병현과 추승균에게 잇달아 슛을 허용해 62-78, 16점 차까지 뒤졌다. 남은 시간은 고작 8분. 뒤집기는 힘들어 보였다. 누구보다 분위기를 잘 타는 팀이 KCC였다.

하지만 양동근·김효범 등 3쿼터 후반 휴식을 취한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모비스의 집중력이 되살아났다. 수비가 대역전극의 출발점이었다. 모비스 선수들은 죽기살기로 덤벼들어 KCC를 밀어붙였다. 팔이 닿지 않으면 발이라도 내밀었다. KCC는 모비스의 압박 수비에 말려 공격이 잠잠해졌다. 3쿼터까지 72점을 넣은 공격력은 4쿼터 중반 4분간 무득점에 그치는 등 14점에 묶였다.

수비가 뒷받침되자 공격이 풀리기 시작했다. 함지훈이 골 밑을 파고들었고 박종천과 김효범의 외곽 슛이 터졌다. 3쿼터까지 KCC의 공격을 보는 듯했다. 한때 16점 차까지 벌어졌던 점수는 종료 1분30초 전 김효범의 3점 슛으로 86-86 동점이 됐다. 분위기는 완전히 모비스 쪽으로 넘어왔다.

함지훈이 결승점이 된 한 방을 꽂았다. 종료 52초 전 공격 리바운드를 낚아챈 뒤 골 밑 슛을 넣고 파울로 얻은 자유투까지 성공시켰다. 이어진 박종천의 자유투 2방은 쐐기포였다. 허재 KCC 감독은 다 잡았던 경기를 놓치자 얼굴이 벌겋게 상기돼 분통을 터뜨렸다.

모비스는 함지훈이 26점·8리바운드·5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애런 헤인즈도 23점으로 뒤를 받쳤다.

모비스가 초반 고전한 이유는 수비가 제대로 풀리지 않아서였다. 특히 골 밑 싸움에서 KCC에 크게 밀렸다. 모비스의 브라이언 던스턴은 1쿼터부터 KCC 테렌스 레더(23점)에게 골 밑을 내줬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던스턴이 실망스러웠다. 가운데가 무너지니까 외곽까지 뚫렸다. 전반은 프로의 수비가 아니었다”고 했다. 모비스는 1쿼터 무득점이었던 전태풍(14점)에게 2쿼터 9점을 내주며 전반을 38-47로 끌려갔다. 후반에는 강병현에게 11점을 허용하며 고전을 거듭했다.

막판 승부를 가른 것은 체력이었다. KCC는 전태풍과 추승균의 체력이 급속히 떨어져 수비 조직력이 흐트러졌다. 하지만 모비스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치지 않았다. 유 감독은 “오늘 승리는 2승의 가치가 있다. 1차전에서 수비가 잘 안 됐던 부분을 보완하겠다”며 2차전도 자신했다. 허재 감독은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 4쿼터 점수 관리를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2차전은 3일 울산에서 열린다.

울산=김우철 기자

◆ 전적( 31일울산)
모비스(1승) 91-86 KCC(1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