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通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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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청동을 거울로 삼으면 의관을 바르게 할 수 있고, 옛것을 거울로 삼으면 흥망을 알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득실을 밝힐 수 있다(以銅爲鏡, 可以正衣冠, 以古爲鏡, 可知興替, 以人爲鏡,可以明得失).” 유명한 당(唐) 태종의 거울론이다. 간언(諫言) 잘하기로 유명한 위징(魏徵)이 죽자 당 태종은 “짐은 항상 세 개의 거울로 나의 허물을 막아 왔는데, 이제 위징이 세상을 떠나니, 내 거울 하나를 잃었구나!”라며 개탄했다. 세 개의 거울 가운데 옛것을 거울로 삼는 데는 예로부터 사서(史書)를 가까이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지난주 일본 궁내청(왕실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는 조선 왕조의 국보급 책들의 실물 사진들이 공개됐다. 그 가운데에는 고려 시대에 중국에서 전해진 뒤 왕실에서 읽히던 당나라의 학자 겸 정치가 두우(杜佑·735~812)의 『통전(通典)』도 포함됐다. 송(宋)나라 역사가 사마광(司馬光)이 쓴 『자치통감(資治通鑑)』은 군신의 사적(事蹟)과 치란흥쇠(治亂興衰)를 다룬 통시대적 정치사다. 두우의 책은 국가 제도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다룬 제도사다. 『통감』과 『통전』이 한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고 일컬어진다.

두우가 책 서론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각종 제도의 경중을 매긴 부분이 흥미롭다.

“무릇 다스리는 길(理道·리도)은 교화(敎化)가 우선이다. 교화의 근본은 의식(衣食)을 충족시키는 데 있다. 따라서 최초로 식화(食貨)를 둔다. 교화를 행하려면 관직이 필요하다. 이에 인재(官才·관재)를 심사할 선거(選擧)를 둔다. 다음으로 직관(職官)을 세워 통치 기관을 세운 뒤, 예(禮)와 악(樂)을 두어 교화를 두텁게 한다. 교화가 무너지면 형벌이 뒤따른다. 그러므로 형(刑)을 두고, 지방(州郡·주군)을 나눠 다스리고, 변방(邊防)을 두어 적을 막는다.”

경제→관리임용→행정조직→교육·문화→사법→지방→국방 제도 순서인 셈이다. 나랏일에 덜 중요한 일이 없겠지만 옛날 우리 나라님들이 거울삼은 책에서 국정의 우선 순위를 배워보자. 그 전에 독도를 자기 땅이라 우기는 일본으로부터 선조들의 손때 묻은 귀한 책들부터 찾아와야 할 것이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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