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장례 대비해 어렵게 모은 돈 가로채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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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내 최대 상조 회사인 보람상조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회사 회장이 가족과 친인척 명의로 계열사를 운영하면서 고객이 맡긴 상조부금 100억여원을 빼돌렸다는 횡령(橫領) 혐의다. 고객 돈 중 매달 1억5000만~2억5000만원씩 현금으로 회장에게 전달되기도 했다고 한다. 보람상조에는 전국적으로 75만 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이들은 횡령 의혹 사건이 회사 부실로 이어져 가입금 수십만~수백만원을 돌려받지 못할까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에 대비해 모아둔 돈이 엉뚱한 데로 갔다니 기가 막힐 노릇일 것이다.

상조회사들은 2000년대 들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난립하면서 크고 작은 잡음을 끊임없이 일으켰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3년 72개이던 상조회사는 2008년 281개로 네 배 가까이 늘어 회원 수는 265만 명에 달했다. 화장시설 ‘싹쓸이 예약’, 약관과 다른 엉터리 서비스, 과다한 위약금 요구, 영세 업체의 부도와 파산 등 부작용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도 보람상조는 유명 탤런트를 앞세운 공격적 마케팅으로 세를 확장해왔다. 매월 3만~6만5000원씩 10년간 할부금을 내는 조건에 1회만 납부해도 장례 절차를 대행해준다는 솔깃한 문구로 회원을 불렸다. 장의사업 등 관혼상제를 비롯해 호텔·예식장 사업까지 손대며 10여 개의 계열사에 3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업계 1위에 올라 있다.

장례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생의 마지막 절차다. 상조회사는 장례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갖고 있다. 하지만 불법·탈법으로 회사가 망하면 소비자는 돈을 날리고 장례서비스도 받을 수 없는 황당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보람상조 사건 탓에 일부에선 해약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내 가족처럼 돌봐 드립니다’라는 보람상조의 약속이 빈말로 끝나서는 안 된다.

검찰의 진실 규명과 함께 관계 당국은 자금 회수 가능성을 파악해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차제에 상조회사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장례를 가지고 장난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