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클릭만으로 창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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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창업을 하긴 해야겠는데, 회사일에 쫓기다 보니 시간이 있어야지…. "

동양그룹 계열사에 근무하던 이병철(33)씨는 지난 4월 초만 해도 이런 푸념만 늘어놓고 있었다.

그러나 틈만 나면 인터넷을 즐기던 李씨는 4월 하순에 인터넷을 활용한 창업에 도전하기로 작정했다. 퇴근 후 술자리 대신 창업관련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한 그는 한달 만에 창업준비를 끝내고 5월 말 서울 강남에 '닥터PR' 이란 개인병원 홍보대행업체 간판을 걸었다.

업종선택에서부터 ▶사업계획서 작성▶사무실 임대▶인력 채용▶상호등록 등 창업의 주요 절차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해결했다. 경영서식(書式)을 만들거나 사무실 집기 구입도 인터넷의 도움을 받았다.

자신의 창업과정을 일일이 기록한 李씨는 "널려진 창업관련 사이트를 잘 활용하면 창업비용도 아낄 수 있고 창업시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고 말했다.

◇ 맞춤 창업에 도전〓李씨는 동양그룹 계열사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제미로' 의 마케팅 팀장을 하면서 창업의 꿈을 키웠다. 대학 졸업 후 6년간 마케팅과 홍보분야에서 일한 그는 언제든 홍보대행업체를 차려 독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어떤 업종의 홍보를 대행할 것인지, 장사는 될지 막막했다. 더욱이 사업계획서 작성 같은 서류작업은 생소하기만 했다.

이에 따라 매일 저녁 '창업뉴스' (이하 인터넷 주소는 그래픽 참조) 등 창업관련 사이트에서 신규창업 아이템을 찾았고, 건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개인병원 전문 홍보업체를 만들기로 했다.

사업계획서는 기업경영연구원의 '경영서식뱅크' 에 수록된 다양한 계획서를 보고 작성했다.

창업컨설팅 회사를 이용할 경우 대개 착수금만 해도 1백만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 사이트에 회원(연간 회비 3만3천원)으로 가입해 해결한 것이다.

창업관련 세무상담은 '소상공인 지원센터' 에서 무료로 때웠다.

◇ 창업서류도 사이버 공간에서〓李씨는 '스피드민원' 사이트를 통해 사업자 등록과 관련한 서류를 준비해 해당 관청의 인터텟 민원과 팩스 서비스를 이용해 제출했다.

상호는 '이름쟁이' 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었고, 회사이름이 상표등록이 됐는지는 '아이니드브랜드' 의 무료 상표검색을 통해 확인했다.

회사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도메인은 '한국인터넷정보센타' , 웹호스팅은 '블루웹' 을 이용해 등록했다. 사무실은 '지도로 보는 빌딩 사무실임대' 에서 빈 오피스텔을 찾아내 부동산 중개업체를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었다.

함께 일할 직원은 '워크넷' 을 통해 2명을 채용했다.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사람을 구할 경우 보통 채용인력 연봉의 20%를 부담한다.

각종 전표나 결재서류 등 경영과 관련한 서식은 '서식뱅크' 에서 내려받아 사용하고, 사무실 집기는 중고 사무용 가구 판매업체인 '도스' 에서 구입했다.

李대표는 "좋은 전화번호를 얻기 위해 한국통신에 찾아간 것을 제외하면 모든 창업절차를 인터넷으로 해결했다" 며 "인터넷 방식의 창업 노하우를 회사 홈페이지(http://www.doctorpr.co.kr)에 수록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창업에 성공한 李씨에게 남은 문제는 사업계획이 적중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그는 "인터넷 창업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활용해 사업에서도 성공을 거둘 것" 이라고 다짐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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