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불안 새 변수· 경기호전 "글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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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0대 그룹은 두달여 만에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올 하반기 경영여건을 낙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환율(국외)과 정치불안(국내)이 겹쳐 하반기 경영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에 예상되는 어려움으로 환율 불안(40.0%)과 같은 비중으로 국내 정치불안(40.0%)을 꼽고 있다. 지난 4월 조사 때만 해도 대부분 환율과 수출을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다소간 변화가 감지된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이어 대통령선거까지 예정된 내년의 정치일정이 하반기 경영환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대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 자금난 보다 환율〓30대 그룹은 대부분 현재 당면한 불안 요인으로 환율을 먼저 지적했다. 그러나 환율 변동이 심했던 4월까지에 비해서는 충격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은 지난 4월 조사 당시 원화의 대미(對美) 달러 환율 예상치를 달러당 1천3백2. 5원까지 높여 잡았었다.

상반기의 경우 이미 환율변동에 따라 절반 가량(13개)이 환차손을 봤고, 일부는 1천억원대까지 손해를 봤다고 밝힐 정도다. 반면 그간 대기업들이 단골로 꼽았던 ▶자금난▶실업▶금리▶물가▶엔화약세 등은 상대적으로 걱정을 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경영여건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것은 정치불안이다.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기업경영상 선거가 미칠 영향으로는 ▶정치논리 우세에 따른 경제정책의 왜곡▶부실기업 처리 부진 등 구조조정 추진 지연▶노사관계 악화 등을 꼽을 수 있다.

하반기 경영 애로점으로는 이외에도 미국 경제 회복 지연(36.7%).내수부진(33.3%).원자재가격 상승(33.3%).수출둔화(30.0%) 등이 꼽혔다. 또 하반기에 유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한 그룹은 13개(43.3%)로 부정적 예측이 많았다.

◇ 축소경영 지속〓30대 그룹은 경기상승 시점을 올 하반기(50.0%)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30.0%)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들은 경기 호전에 대한 '확신' 을 갖지 못해 실제로는 축소경영을 펼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하반기에 수출(53.3%)이나 내수 확대(50.0%)에 주력하겠다며 공격경영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일반경비(66.7%)나 금융비용 절감(56.7%).자산매각(46.7%)에도 주력하겠다는 축소경영 방침도 드러냈다.

또 올해 경영목표를 수정했거나 수정할 계획인 그룹이 지난 1분기 조사 때의 7개에서 15개로 배 이상 늘어났다. 하반기 신규투자도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불안심리의 확산 영향으로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30대 그룹 가운데 14개 기업이 계획보다 5~40%까지 적게 투자할 계획이다.

이같은 영향으로 대기업들은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도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 가운데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을 3천명 이상 뽑는 곳은 한군데에 불과하고, 1백~1천명은 6곳, 1~1백명은 8곳에 그쳤다. 반면 하반기 중 구조조정 차원에서 감원계획을 밝힌 곳은 한곳도 없었다.

◇ 규제완화에도 불만 여전〓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했던 기업규제 완화조치에 대해 '매우 만족' 하는 그룹은 하나도 없고, '다소 만족' 한다는 그룹만 5개였다. 이를 5점 만점으로 환산한 만족도 점수는 2.7점이다. 분야별 만족도는 금융부문(2.90).세제부문(2.87).공정거래부문(2.67).노동부문(2.57) 순으로 나타났다.

이재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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