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국군 통수권자 실종 장병은 다 내 자식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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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30일 백령도 부근 천안함 침몰사고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지원하고 있는 광양함에 도착해 소방방재청 소속 119 구조대원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헬기를 타고 천안함 침몰 현장인 백령도 앞바다를 직접 찾았다. 역대 대통령 중 백령도를 방문한 이는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백령도는 지대함 유도탄·해안포로 무장한 북한의 월례도·장산곶 해안진지들과 불과 7~13㎞ 떨어져 있는 최전방이다. 참모들이 경호상의 위험을 들어 반대하자 이 대통령은 “내가 국군 통수권자다. 실종된 장병 한 사람, 한 사람이 내 자식, 내 부하 같은 사람들인데 어떻게 앉아서만 보느냐”며 방문을 고집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전용 헬기 주변엔 전투기가 초계비행을 하며 돌발 사태에 대비했다.

해군 모자, 태극기가 그려진 점퍼를 착용한 이 대통령은 구조작업 중인 해군 독도함에 먼저 도착했다. 독도함은 침몰한 천안함의 함수와 함미의 중간 지점에서 작업 중이었다. 이 대통령은 “선체를 건지는 것보다 사람이 있는 곳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모두 여러분들의 부하며 병사들 아닌가”라며 해군 지휘부를 독려했다. 또 “최전방 분단지역 NLL(북방한계선)에 근무하는 병사들은 전쟁에 참여하는 병사와 똑같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선 “과학적이고 종합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절대 예단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후 구명조끼를 착용한 이 대통령은 5인승 고무보트를 타고 독도함에서 2, 3㎞ 떨어진 광양함을 찾았다. 철제 사다리를 타고 승선한 이 대통령은 이 배에 모여 있던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그는 “마음이 급해서 달려왔다”며 “나도 직접 물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이어 백령도의 해병대 6여단 지휘통제실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철통 같은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며 “우리가 강할 때 방어가 될 수 있다. 약하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주먹구구식 추측이나 예단은 혼란을 부르고 실종자 가족들을 더욱 슬픔에 빠뜨린다”며 “정말 어려운 때”라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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