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최고위원회의 이후] 외유나설 권노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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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정풍(整風)' 파문의 한복판에 있는 권노갑(權魯甲)전 최고위원이 외유(外遊)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權전위원의 측근은 5일 "(權전위원이)동남아 물류센터 시찰차 오는 17일 동남아로 출국한다" 며 "이달 말 일시 귀국했다가 7월초 이민(移民)1백주년기념사업회 고문 자격으로 하와이로 가 한동안 머무를 계획" 이라고 말했다.

국가발전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이종찬(李鍾贊)전 국정원장이 동행한다.

權전위원은 최근 당정쇄신을 요구한 정풍파 의원들 일부로부터 공격을 받아왔다.

의원 워크숍 등에서 "비선(□線)라인의 과도한 작용" "어떤 사무실의 개소식 이후 김중권 대표가 힘이 빠졌다" 는 발언이 나온 게 대표적 예다. 때문에 여권 내부에선 "權전위원의 출국은 이같은 소장파의 요구와 관련 있는 것" 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여권 내부에서는 權전위원이 잠시 해외에 나가 있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그는 지난해말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이 주장한 '2선퇴진' 파문 때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뒤 미국에 체류한 경험이 있다. 1998년 한보사건으로 복역하다 풀려나서는 한동안 일본에 머물렀다.

그러나 權전위원측은 출국이 정풍과 관련된 것이라는 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정풍 파문과는 관련없는 일" 이라며 "밀려나가는 것이라고 하면 출국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다" 고 주장했다.

權전위원측은 또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마포 사무실 문제는)내가 충분히 알고 있다" 고 말한 대목을 들며 "權전위원의 역할을 인정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마포사무실은 이번 주말에 냉방공사를 벌인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유가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權전위원이 당분간 외국에 나가 있는다는 것" 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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