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톈진 여객선 카지노 영업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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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인천과 중국 톈진(天津)을 오가는 여객선 '진천 훼리' 에 카지노가 문을 열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배는 한국의 D그룹과 중국 톈진시 해운공사가 합작 설립한 진천국제객화항운이 운영하는 6백4명 정원의 대형 여객선. 서울 강남에 본사를 두고 주 2회 왕복 운항 중이지만 선적(船籍)은 파나마로 등록돼 있다.

지난달 여객선 8층의 1백평 공간에 블랙잭.바카라 테이블 일곱개를 갖춘 '오션 팰리스' 카지노가, 7층엔 별도의 슬롯머신 36대가 영업을 시작했다.

마카오의 카지노 업자가 1백만달러(약 13억원)를 내고 1년간 임대한 것이라고 D그룹측은 밝혔다.

논란이 되는 것은 외국 선적 배로 공해상에서만 카지노 영업을 하고 있지만 이용객이 주로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국내에선 현대측이 금강산 유람선에 카지노 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나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 공해에서만 영업〓관광진흥법 20조는 한국과 외국을 오가는 여객선에서의 카지노업에 대해 '외래 관광객 유치계획 등 사업계획서가 적정할 것' '문화관광부장관이 공고하는 기준에 적합할 것' 등의 허가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배는 문화부에 카지노 허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

D그룹 관계자는 "한국.중국 영해를 벗어난 공해상에서만 하루 10시간 정도 영업하므로 법적 문제가 없다" 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2월 문화부에 질의서를 보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여객선 이용객의 대다수가 한국인.중국 동포 보따리 무역상이거나 한국인 관광객이어서 사실상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란 지적이 따른다. 진천 훼리측도 한글 홍보물로 카지노를 선전 중이다.

◇ 분분한 논란〓문화부 관계자는 "배가 파나마 국적인 데다 공해상 영업이어서 제재를 할 수 없다" 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의 입장도 비슷하다.

그러나 다른 정부 관계자는 "카지노를 엄격히 제한하는 마당에 이렇게 버젓이 운영되는 건 문제" 라며 "다른 배들이 향후 같은 방식으로 카지노를 열어도 막을 수 없게 된다" 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법에 허점이 있다면 빨리 보완하고, 노선 허가 과정 등에서 이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 말했다.

◇ 한국인들 고액 베팅〓지난달 20일 밤 오션 팰리스 객장. 60~7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 10여명의 한국인이 두 무리로 나뉘어 블랙잭과 바카라를 하고 있었다.

이곳의 최소 베팅액(가장 싼 칩)은 10달러(약 1만3천원). 강원도 정선 카지노 최소액(1천원)의 13배다. 블랙잭을 하던 한 남자는 "1억원을 따고 잃는 것은 순식간" 이라고 주장했다. 슬롯머신의 최고 당첨액은 1만2천5백달러(약 1천6백만원)다. 한 승무원은 "아직 관광 성수기가 아니라서 하룻밤 10~20명 정도만 찾지만 여름철이 되면 훨씬 늘어날 것" 이라고 봤다.

강주안.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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