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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 "또 오보 낼라" 조심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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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 언론들이 대선 보도에 매우 신중했다. 이번 대선이 워낙 박빙의 승부를 보였던 데다 2000년 대선 당시 오보로 망신당한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2000년 대선의 승부처였던 플로리다주에서 초기 개표결과를 근거로 일부 언론은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고 보도했다가 나중에 사과문을 내야 했다.

ABC.NBC.CBS.CNN 등 방송사들은 2000년 대선 때 섣부르게 승자를 예측했던 공동조직 '투표자 뉴스 서비스(VNS)'를 해체하고 이번에는 AP통신과 함께 '전국 선거합동보도단(NEP)'을 만들었다. NEP는 여론조사 기관을 통해 출구조사를 실시하고 승자예상 모델을 새로 만들었다.

이 모델은 NEP 회원사와 외부 전문가들의 분석에다 여론조사 기관의 전화조사를 합쳐 정확도를 2000년 때보다 상당히 높였다.

방송사들은 투표 마감 전부터 투표소 현장 모습을 상세히 전달하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지역별 개표 결과를 중계했지만 분석은 신중하게 했다. 방송사마다 특별분석팀을 가동하고 교차 검증 프로젝트를 활용하면서 조심스럽고 정확하게 보도하는 모습이었다. 출구조사 결과만으로는 섣불리 승자를 예측하지 않았다.

보도의 신중함은 오하이오주 선거 보도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3일 개표 결과 조지 부시 대통령이 존 케리 후보를 10여만표 차로 눌렀지만 CNN 등 많은 언론들은 "승자를 선언하기 어려운 초박빙의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며 섣불리 승자 예측을 하지 않았다.

폭스TV.NBC 등 일부 방송만이 "부시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보도했을 뿐이다. ABC뉴스는 "우리는 선거일 실시된 투표의 개표가 끝났더라도 후보 간 득표율 격차가 1%포인트 미만이면 승자를 예측하지 않기로 했다"며 "아직 많은 부재자.잠정 투표가 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승자를 모른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워싱턴 포스트 등 유력 신문들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 속보 경쟁을 벌였지만 단정적 보도는 피했다.

뉴욕 타임스는 오하이오주와 관련, '부시 선두 유지'란 제목 아래 "케리 후보, 박빙 승부에 굴복 안해"라고 보도했다.

또 "2000년 때와 같이 오하이오주의 집계가 논란이 되고 있다"며 사실보도에 치중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결과는 오하이오에 달렸다",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부시, 케리 중서부의 최종집계를 기다리고 있다. 오하이오주의 잠정투표가 대통령을 결정할 듯"이라고 전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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