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청 합친 여야… 처방은 세갈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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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는 5일 본회의를 열어 3당 '대표 연설' 을 들었다.

각 당이 하루에 한명씩 사흘간 하던 방식을 바꿔 효율적인 국회 운영을 위해 하루 만에 끝냈다.

민주당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부총재.자민련 이양희(李良熙)사무총장이 연설을 맡았다.

당대표가 나서지 않았지만 연설내용은 당론을 거친 것이라는 게 3당의 설명이다. 세 사람은 모두 현 상황을 '경제 비상시국' (민주), '총체적 국가위기' (한나라), '경제불황과 미래의 불확실' (자민련)이라고 비슷하게 규정했다.

그러나 해법은 달랐다. 朴최고위원은 정쟁(政爭)중단과 여야 영수회담, 崔부총재는 DJP공조 포기와 대통령의 민주당총재직 포기, 李총장은 정치개혁을 통한 사회안정을 주장했다.

◇ "제왕(帝王)적 통치와 포퓰리즘적 국가운영" 〓한나라당 崔부총재는 "이 정권의 국가운영 방식은 제왕적 통치와 천박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결합" 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金대통령은 정권재창출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며 "그러기 위해 정략적인 DJP공조와 3당야합을 포기하고, 민주당총재직도 떠나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金대통령의 과감한 인사쇄신을 주문했다. "국무총리도 정치총리가 아닌 민생총리.경제총리로 교체하고, 대통령의 국정쇄신에 걸림돌이 되는 각료도 바꿔야 한다" 고 말했다.

언론장악 논란에 대해서는 "3개월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즉각 종결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신문고시 부활도 백지화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崔부총재는 "金대통령과 정부는 남은 임기 내에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일이 있다" 며 ▶경제회생의 기반 조성▶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대책 마련▶국가채무 감축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대북정책의 방향과 전략 재검토 등 네 가지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 "경제.남북문제에 초당적 대처" 〓민주당 朴최고위원은 경제 비상시국을 맞아 경제.남북문제에 관한 초당적인 대처를 역설했다. 이를 위해 "여야 지도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영수회담을 개최하고 국회 안에 '경제대책협의회' 를 설치하자" 고 제안했다.

그는 "경제대책협의회는 여야 동수의 의원들과 정부의 관계장관들로 구성해 앞으로 1년간 존속하는 한시적 기구로 설치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朴위원은 "만성적 정치불안으로 정부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그 허점을 파고드는 노사대립.집단이기주의로 사회불안이 겹치면서 경제불안이 야기됐다" 고 진단했다.

여기에 "정부와 국회가 오히려 집단이기주의에 휘둘리는 상황" 이라는 것이다. 朴위원은 국정난맥상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경제가 어렵다. 의료.교육개혁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다. 최근에는 장관 인사파동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다" 고 말했다.

◇ "검찰총장.경찰청장 인사청문회 도입하자" 〓자민련 李총장은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고,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 제안했다. 또한 "현재 예산결산특위를 예산과 결산으로 분리해 결산위원회는 여야 동수로 해 야당이 위원장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평소의 한나라당 입장을 많이 반영한 것이어서 의원들 사이에선 "자민련이 한나라당을 국회법 개정안 협상에 끌어들이기 위해 인사청문회법안을 '빅딜'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 이란 분석도 나왔다.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해 李총장은 "실업구제대책을 비롯한 중산.서민층 대책은 다분히 시혜적 차원의 복지정책 수준이어서 소득분배의 개선효과가 크지 않았다" 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재정에 대해서는 "국민부담만으로 문제를 메우려는 미봉책" 이라고 비판했다.

이수호.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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