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금강산 관광은 통일교육의 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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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 전 금강산에 다녀왔다. 여행을 마치고 속초항에 도착했을 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몇십년을 거슬러갔다 온 것 같았다.

정비석(鄭飛石)씨의 산정무한(山情無限)을 읽고 자란 세대로서 금강산의 절경을 구경한 것도 경탄스러웠지만 아주머니가 양동이로 물을 나르는 모습이나 자전거와 소달구지가 다니는 마을의 풍경이 1960년대에 우리가 살았던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금강산 등산로에서 만난 환경감시원들의 태도는 예전과는 많이 달랐다.

종전에는 눈을 부릅뜨고 감시했다는데 상냥하게 말도 걸고 사진도 찍어주곤 했다. 관광버스가 지나다니는 길 양켠에는 여전히 철조망이 쳐져 있었으나 차창 너머로, 철조망 너머로 남과 북의 동포들은 서로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는 긴장을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6.15 남북 정상회담 1주년을 앞둔 지금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돼서는 안될 것이다. 금강산은 남과 북의 주민들이 제한된 공간에서나마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곳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통일교육의 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청소년들을 적극적으로 보내야 한다. 물론 청소년들을 금강산으로 수학여행을 보내려면 만만찮은 비용이 문제가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는 현대아산 측에 요금할인을 강요할 수도, 학부형들에게 몇십만원씩 부담을 지울 수도 없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통일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할 책무가 있는 사회단체와 교육단체가 주도하고 정부가 경비지원을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청소년들이 통일 문제를 놓고 격의없이 토론을 벌일 수 있게 해야 한다.

박훤일 경희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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