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 재선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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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일 오하이오주 대선 캠프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고향인 텍사스주 크로퍼드에서 투표를 마친 뒤 오하이오주로 날아가 마지막까지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콜럼버스 AP=연합]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됐다. 선거 직후 25만여표에 이르는 오하이오주의 잠정투표 문제를 이유로 패배를 인정하지 않던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3일 오전 11시(한국시간 4일 오전 1시)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부시의 승리를 인정했다고 AP통신이 3일 보도했다.

민주당 선거대책본부 스테파니 커터 대변인은 케리가 패배를 인정하고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케리 후보는 오후 1시(한국시간 4일 오전 3시)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시 대통령은 오후 3시 승리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고 CNN이 보도했다.

앞서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은 "통계적으로 뒤집을 수 없는 확정적인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다"고 선언하고 "다만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선거결과를 재고할 시간을 주기 위해 공식 승리 선언은 미루겠다"고 말했었다.

부시 대통령은 2일 미 전역에서 실시된 선거에서 플로리다주 등 28개 주에서 선거인단 254명을 확보했다. 민주당 존 케리 후보는 캘리포니아주 등 19개 주에서 252명을 차지했다. 앞서 케리 진영은 오하이오주의 25만표 잠정투표(공화당 주장은 15만표) 개표가 끝날 때까지는 부시 대통령의 승리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뉴스분석] 9.11에 놀란 미국민 테러에 강경한 '안보대통령' 선택

존 케리에게 9.11의 벽은 너무 높았다. 9.11의 벽은 미국 사회의 보수화와 공포의 벽이다. 미국 본토가 언제 다시 얼굴 없는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사는 미국인들이다. 그래서 세계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잠재적인 적에 대한 선제 공격도 불사하는 조지 부시 같은 호전적인 지도자를 선호하는 것 같다.

이라크 전쟁은 부시의 실책이라는 케리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었다. 부시 정부가 임명한 특별조사단조차도 이라크에는 부시가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운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시는 정보기관의 잘못된 정보를 믿고 이라크를 공격한 것이다. 케리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여론의 공감을 얻는 것 같았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이라크 전쟁이라는 '강'을 건너면서 대통령이라는 '말'을 갈아타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케리는 1000명 이상의 미군 전사자를 낸 이라크 전쟁의 호재를 가지고도 대선에서 이기지 못했다.

2000년 대선 때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일반 투표에서 부시보다 50만표 이상을 더 얻었던 것과 달리 케리는 일반 투표에서도 부시에게 380만표나 뒤졌다.

오하이오주의 개표가 모두 끝나고 부시의 재선이 확정된다면 부시는 당연히 이번 대선을 이라크 전쟁에 대한 사실상의 국민투표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는 유권자들의 심판을 일방주의 외교, 이라크 전쟁과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국민의 지지로 간주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출구 없는 이라크에 오래 발이 묶일 위험이 크다. 케리가 당선되면 미국이 이라크 석유자원에 대한 독점적인 지위와 이라크 재건과 관련된 대형 공사의 수의계약을 포기함으로써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이라크 전쟁 협력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부시의 재선은 미국과 유럽의 화해, 유럽 국가들의 이라크 평화정착 참여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적 강경외교를 주도하는 신보수파(Neocon)의 기세는 더욱 오를 것이다. 그리고 온건파를 대표하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사임이 예상돼 북핵 문제의 해결 전망은 불투명해진다. 부시 정부가 대북 자세를 완화할 가능성보다는 강화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케리의 낙선에 실망한 북한이 보일 반응이 궁금하다. 한국에는 북한의 핵무기 생산 강행을 막는 것이 지상명령이다. 그러기 위해 한국은 북한과 미국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한 중재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김영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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