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새건물 환경조형물 이권 다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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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인천공항에 예술조형물은 언제 들여놓는가. "

화랑가는 요즘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 그 '숨통' 이 신축 건물의 환경조형물이다.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르면 면적 1만㎡가 넘는 신축건물은 건축비의 1%를 환경조형물에 지출해야 한다. 삭막한 거리를 없애겠다는 발상에서다.

뜻도 좋고, 의무화된 것이기도 해 그럭저럭 꾸려가고 있는 제도다. 호텔.콘도미니엄 등 새로 짓는 집들은 당연히 이 법을 따라야 하고, 대형 화랑 등은 이 제도가 고마울 수 밖에 없다. 이러니 인천공항의 조형물이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난 3월 개관한 공항은 여객 터미널 면적이 35만여㎡에, 하루 이용객이 5만여명에 이르는데도 미술품은 한 점도 없다.

공항측은 "예술조형물을 들여놓을 계획이 전혀 없다" 고 밝히고 있다. 공항 공보팀은 4일 "내부는 여객이 붐벼 오히려 불편하고 야외에도 마땅히 놓을 자리가 없다. 터미널 건물 자체가 예술적으로 설계돼 별도의 예술품이 필요없다. 누가 기증한다면 모를까 예산도 없다" 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이권 다툼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설이다. 한 관계자는 "특정 업체를 선정한다는 말이 나돌면 다른 업체들이 들고 일어나 갖은 수단으로 방해한다. 경쟁과 알력이 너무 심하다.

정치권 등을 동원한 로비도 만만치 않고" 라고 설명했다. 공항측이 최근 백남준씨의 비디오 작품을 설치하려다 결국 보류한 것도 같은 맥락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근다' 는 말이 실감나는 형국이다. 선정기준을 미리 밝히고 공모.공개심사를 한다 해도 말썽을 피할 자신이 없는 나라가 오늘의 대한민국인 셈이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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