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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페드컵 보기] 또 발목잡힌 '유럽·첫 경기 고전' 징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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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4강 진출이라는 목표가 좌절됐다. 히딩크 감독이 국민에게 약속한 '히딩크 축구' 에 대한 엄정한 평가는 전문가나 팬들의 몫이 됐다.

이번 대회를 통해 기대한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유럽축구에 대한 징크스를 깨기 바란 것이었다. 또 한가지는 홈그라운드 이점을 이용해 경기를 풀어가는 전략과 전술, 선수기용 등에서 효과를 보는 훈련(컨페드컵은 프레월드컵이라는 관점에서)을 하기 원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희망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프랑스월드컵, 시드니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잔뜩 얼어붙은 한국은 그동안 준비했던 전술과 기량을 펼쳐 보이지 못하고 허둥대다 대패했다. 이 문제는 과거처럼 '아쉬웠다. 떨어지긴 했지만 2승이나 거뒀는데…' 하며 적당히 넘어가선 안된다.

내년 월드컵 때도 조 편성시 유럽팀은 피할 수 없이 같은 조에 속하기 때문이다. 왜 선수들이 과도하게 긴장했는지, 전술적으로 문제는 없었는지, 선수기용은 적절했는지 등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남은 시간을 활용, 충분한 대안과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첫 경기에서 습관적으로 고전하는 징크스를 재현한 것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적한 두 가지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은 바로 일본 축구가 제시하고 있다. 유럽축구에 대한 두려움과 징크스를 없애기 위해 일본은 지난 3월 세계 최강인 프랑스, 4월에 전통적 유럽강호 스페인과 원정경기를 치르며 유럽축구를 경험하는 용기를 발휘했다.

우리는 그 시간 두바이대회.이집트대회 등에 참가하며 한국 축구의 아킬레스건을 치유할 아까운 시간을 죽였다(물론 나름대로 소득이 있긴 했다).

우선 한국 대표팀의 향후 훈련과 원정 일정에 대해 다시 한번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상대할 팀들과 원정목적 등을 확립하고, 시급히 베스트 멤버에 대한 골격을 짜 전술 숙지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한국 축구는 체력의 열세, 기술의 한계 등을 또한번 절감했다. 이 현실은 히딩크를 '만병을 고치는 명의' 로 착각해 지나친 기대를 할 사항도 아니고, 히딩크가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도 없는 문제다.

가장 큰 비책은 바로 히딩크의 선진 축구전술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점이다. 비록 탈락은 했지만 히딩크가 대표팀을 맡은 뒤 어떤 포메이션을 선택하더라도 수비에서 일자 백 시스템을 고집한 것은 높이 봐야 한다.

수비가 약하기 때문에 스위퍼 시스템을 고집했던 한국 축구에 하면 된다는 신념을 갖게 했고, 전체적인 경기속도를 끌어올린 점은 나름의 성과였다. 한국이 탈락했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눈을 크게 뜨고 준결승과 결승전을 지켜봐야 한다.

신문선 <본지 축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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