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값 10% 올라… 첨단 개도둑 농가 싹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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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여름 성수기에 대비해 부업으로 개를 키우던 충남 논산시 등화동 朴모(52.농업)씨는 최근 13마리를 몽땅 도둑맞았다.

지난달 28일 모내기를 하러 아침 일찍부터 집을 비운 사이 어미 개 5마리와 새끼 8마리(3백만원 상당)가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다.

동네 주민들은 "동네를 어슬렁거리던 30대 남자 세명이 개를 훔쳐간 것 같다" 며 "절도범들이 대형 승용차를 몰고 온 데다 양복을 말쑥하게 입고 있어 친척집을 찾는 줄 알았다" 고 말했다.

전국 농가에 개도둑이 극성이다.

지난달 초엔 충북 옥천군 옥천읍 서정리 한 농가에서 식용으로 기르던 개 20여마리(시가 6백여만원 상당)를 한꺼번에 도난당했다. 천안경찰서 관계자는 "우리 관내에서만 4월 5건 정도였던 개도둑 신고가 5월에는 10여건으로 늘었다" 고 말했다.

개도둑이 설치는 것은 매년 이맘때 쯤이면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올해는 더욱 심하다는 것이 농민들의 말이다.

날씨가 더워지고 구제역.광우병 등에 대한 불안까지 겹쳐 예년에 비해 개고기 소비가 늘어 가격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대전시내 P보신탕집 주인은 "거의 날마다 1백여석의 자리가 꽉 찰 정도로 개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개고기 값이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10% 가량 올랐다" 고 말했다.

요즘 개도둑들의 특징은 첨단장비(?)를 동원하는 등 점차 지능화하고 있다는 점. 과거에는 허름한 옷차림에 트럭 등을 타고 다니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엔 양복차림에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주민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이다.

또 가스총이나 분사식 마취제 등 특수장비를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천안.아산 일대에서 14차례에 걸쳐 6백만원어치의 개를 훔쳐오다 천안경찰서에 붙잡힌 許모(28)씨 등 두명은 가스총이나 분사형 파스를 사용해 개가 짖지 못하도록 한 뒤 쏘나타 승용차 트렁크에 싣고 달아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논산=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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