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청 눈앞 폭력시위도 못막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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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도심의 대규모 집회.시위가 위험 수위를 넘어 불법.폭력성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급기야는 시위대가 경찰청 진입을 시도하고 청사 앞에서 방화하며 여경들을 향해 계란을 던지는 폭력을 서슴지 않는 양상으로 번졌다.

대규모 집회가 최근 주말마다 도심에서 열리고 집회 후 가두시위로 연결되면서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어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도 모자라 방화.폭력까지 난무하는데도 경찰은 뭘하는지 손을 놓고 있다.

2일 민주노총이 민생.개혁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며 여의도와 서울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1만여명이 집회 후 경찰청사 앞에 이르러 갑자기 차도를 점거하고 폭력을 휘두르며 경찰청사 진입을 시도했다.

특히 청사 앞 큰길에 세워진 홍보 입간판을 불지르고 민원실 대형 유리창을 깬 행위는 불법 폭력시위의 전형이다. 더욱이 경찰청사를 향해 수천개의 계란을 던지면서 여경 얼굴에까지 계란세례를 퍼부었다.

집회나 시위는 의사표시의 한 방법이고 수단이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런 폭력을 쓰고도 민생개혁 입법을 촉구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 그 집회와 시위의 목적과 순수성을 의심하게 된다.

불법 폭력시위에 대한 경찰의 미지근한 대응도 문제다. 경찰청사는 경찰의 총지휘부이고 공권력의 상징이다. 시위대가 폭력으로 청사 진입을 시도하고 청사 앞에서 불을 질러도 현장에서 단 한명도 검거하지 못했으니 혹시 경찰이 치안유지의 본분을 포기한 것이나 아닌지, 시위대가 공권력을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 이런 폭력이 난무하는지 묻고 싶다.

대우자동차 노조원 폭력진압 사건 이후 경찰이 시위대의 눈치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경찰관이 시위대에 매를 맞고 화염병이 난무하는데도 공권력은 애써 이를 외면하고 있다.

대우차 노조원 폭력진압은 경찰이 분명 잘못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공권력이 이처럼 무력해선 안된다. 정부는 경찰 조직이 자신감을 갖고 법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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