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시기를 마음대로… 봄꽃으로 가을경기장 장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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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개화(開花)시기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기술의 발달로 대규모 행사 관람객들은 ‘때 아닌’ 볼거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오는 10월 10일 천안에서 개막될 전국체전에서는 천안의 대표적 명물인 ‘성환 배’(梨)를 상징하는 배꽃이 활짝 피어 장관을 이룰 예정이다.

이를 위해 천안시 농업기술센터는 지난 2월부터 저온창고 화분에 성장이 왕성한 5∼8년생 배나무 1백66그루를 담아 보관 중이다.겨울잠에서 갓 깨어난 배나무가 꽃을 피우는 것을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개화 시기를 늦추는 작업이다.

배나무들은 실내온도 0도 안팎(습도 75%)의 창고 속에서 봄이 지난 것도 모른 채 아직도 겨울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천안시는 이와 함께 시화(市花)인 개나리 2백그루도 전국체전 개막에 맞춰 꽃망울을 터뜨리기 위해 현재 개화시기를 조절중이다.

시 관계자는 “가을꽃을 봄에 피게 하는 것은 그동안 국내에서 여러번 시도됐으나 봄꽃을 가을에 피게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자연의 섭리에는 거스르는 일이지만 외지 손님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충남도 산하 예산국화시험장은 내년 봄(4월 26일∼5월 18일) 안면도에서 열릴 국제 꽃박람회 때 전시(30종 6천그루)하기 위해 가을꽃인 국화의 개화 시기를 앞당기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1999년 이후 이미 두차례 시험재배에 성공한 바 있는 이 기술은 12월께 온실에 국화를 심은 뒤 30∼50일 간 실내 온도를 13∼15도로 유지하고 밤에도 5시간 이상 빛을 쬐어 인위적으로 봄 ·여름을 거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음 8주 동안은 매일 14시간 정도 실내를 어두운 상태(실내 온도 18도)로 유지한다.

그러면 늦봄인 5월께 탐스런 국화꽃이 만개,야외에서도 2주 동안 시들지 않아 박람회 전시가 가능하다는 게 시험장측 설명이다.

천안 ·태안=조한필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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