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 미니홈피에 '동생 결혼' 소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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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여섯 살의 남동생은 요즘도 가끔 쉰두 살인 누나에게 어리광을 부린다. 특별한 볼일 없이도 불쑥 전화를 걸어 "누나, 뭐해"라며 안부를 묻고 사소한 일상사를 늘어놓기도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30년, 아버지가 세상을 뜬 지 25년 세월 동안 동생에게 누나는 어머니였고 또 아버지였다.

누나를 제치고 남동생이 먼저 장가를 가게 됐다. 남들은 벌써 학부형이 되고도 남았을 나이에 열여섯 살 아래인 미모의 변호사와 다음달 14일 결혼식을 올린다. 동생의 결혼을 두고 누나는 "눈물이 나려 한다"고 털어놨다.

자신보다 먼저 결혼해 서운하다거나 마냥 기뻐서가 아니라 "지나온 날들에 대한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누나와 남동생의 과거사를 돌이켜보면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누나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동생은 박지만 EG 회장이다.

박 대표와 박 회장의 우애는 누구보다 각별하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재선한 박 대표에게 박 회장은 최고급 승용차(체어맨 리무진)를 선물했다. "앞으로 바쁜 의정 활동을 계속할 텐데 차 안에서라도 편하게 쉬라"는 배려의 표시였다.

4년여간 이 차를 이용하던 박 대표는 그러나 지난 3월 차를 처분했다. 동생의 마음을 생각하면 계속 타야 했지만 대통령 탄핵안 발의로 위기에 몰린 한나라당 새 대표로 취임한 뒤 당의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박 대표는 이후 중형차(SM5)를 타고 다닌다.

지난 2일 본지가 박 회장의 결혼 소식을 보도하고 난 뒤 박 대표는 3일 0시38분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 홈페이지(http://www.cyworld.com/ghism) 게시판에 '동생의 결혼을 축하하며'란 글을 띄웠다. 박 대표는 이 글에서 "사람이 살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때를 지나면 행복과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날이 오는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동생이 부모님을 잃고 외롭고 힘든 삶을 살아가느라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좋은 짝을 이제야 만나 결혼하게 됐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부모님이 안 계신 지금 큰누나인 저는 동생의 결혼이 너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나온 날들에 대한 생각 때문에 눈물이 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동생이 결혼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박 회장과 결혼하게 될 서향희(30)변호사에 대해 "동생과 아주 잘 어울리는 아름답고 좋은 사람인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 대표는 3일 기자와 만나 "내가 서 변호사를 맘에 들어 하니 동생도 좋아하더라"며 "사람들이 동생과 서 변호사의 나이 차가 많다고 하는데 인연이 돼 만난 것 아니겠느냐"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서 변호사가 직업이 있어 둘이 잘 살 것 같다. 내가 마음의 부담을 많이 덜었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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