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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의 엉덩이춤, 일본인들도 ‘깜놀’ 시킬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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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4월부터 시작하는 일본의 2분기 새 드라마 라인업을 보다 당황했다. ‘이게 일본 방송이야? 한국 방송이야?’ 싶을 정도로 낯익은 이름들이 많아서다. 우선 지상파 방송 TBS의 메인 시간대인 수요일 밤 9시를 꿰찬 한국 드라마 ‘아이리스.’ 한국 드라마가 일본 지상파에서 방영되는 건 이제 뉴스도 안 되지만, 이렇게 황금 시간대에 편성돼 일본의 신작 드라마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경기가 안 좋으니 거액을 들여 신작을 만드는 대신 가격이 싼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런 것도 아니라 한다. 아예 TBS 측이 기획 단계부터 일본 방영을 염두에 두고 투자와 캐스팅까지 관여하며 ‘지분’을 쌓아왔다니 말이다.

그뿐 아니다. 후지TV에서 목요일 밤 10시에 방영하는 신작 드라마 ‘솔직하지 못해서’에는 어느덧 일본에서 톱가수의 위치에 오른 ‘동방신기’의 영웅재중이 주연급으로 출연한다. ‘노다메 칸타빌레’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여배우 우에노 주리를 사랑하는 한국인 의사 역할이다.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한국 활동이 어려워진 동방신기를 보기 위해서는 한국팬들, 집단 일본어 스터디에라도 나서야 할 판.

또 다른 친숙한 이름은 씨름 선수에서 격투기 선수로 변모한 최홍만이다. 그는 인기 아이돌 ‘아라시’의 리더 오노 사토시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괴물군’(니혼TV 토요일 밤 9시)에서 주인공의 친구인 괴물 프랑켄을 연기한다. 드라마에서 괴물로 분장한 그의 모습이 어찌나 어울리던지, 그 놀라운 싱크로율에 일본인들도 열광하고 있단다.
‘대장금’ 이후로 일본에서 화제를 모은 한국 드라마가 한동안 나타나지 않아 ‘한류, 한물 갔다’는 이야기가 떠돈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일본 TV를 보고 있자면, 한류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나 한국 연예인들이 일본인들에게 ‘낯설지만 신선한’ 어떤 것이었다면, 이제는 언제든 손에 닿을 수 있는 친숙한 문화로 일본인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고 할까.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일본에서 크게 주목 받은 한국 출신 연예인 영아(한국이름 김영아ㆍ사진)의 활약상은 주목할 만하다.

시트콤 ‘논스톱3’ 등에 살짝 얼굴을 비췄던 신인 배우에 불과했던 그녀는 2004년 아예 한국 활동을 접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신인 모델로 활동하다 여성잡지 ‘오치’의 메인 모델이 되면서, 최근에는 ‘샤베쿠리 007’ ‘히미쓰노 아라시짱’ 등 주요 버라이어티 방송에 출연해 인기 연예인이 됐다. 일본인들이 한국 연예인과 한국 대중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면서, 아예 처음부터 ‘한류 스타’가 아니라 ‘일본 연예인’을 목표로 해 성공하는 케이스가 생겨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분위기 속에 걸그룹들도 본격적으로 일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소녀시대’가 봄부터 일본활동에 나선다는 소문이 돌고, ‘카라’는 이미 여러 방송에 얼굴을 내밀며 인지도를 높이는 중이다. ‘티아라’도 최근 일본 광고모델로 데뷔했다. 팬 사이에서는 이미 “소녀시대는 일본 남자들이 좋아하기엔 평균키가 너무 크다” “역시 ‘귀여움’으로 승부하는 카라가 승산이 있지 않겠느냐” 등 다양한 예측들이 오가고 있는 모양.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단언할 수 있겠다. 한국 남자들을 단체로 들썩이게 했던 그 경이로운 ‘엉덩이춤’은 일본인들마저 ‘깜놀’시킬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


일간지 문화부에서 일하다 일본 유학을 준비 중이다. ‘오타쿠’를 자처하며 멀리서 ‘눈팅’만 해 왔던 일본 대중문화를 샅샅이 파헤쳐 볼 계획이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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