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000 관객 돌파' 한국영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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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관객 1천만명을 동원하는 한국 영화가 과연 나올 것인가. 나온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일까. 요즘 영화계에서 회자하는 얘기다.

많은 영화인들은 일단 낙관적이다. 2년 전만 해도 '감히' 상상도 못했으나 요즘 같은 추세라면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고 보고 있다.

논의의 발단은 '친구' (곽경택 감독)의 대성공이다. 지난 주말까지 전국 관객 7백34만명을 기록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진주만' (마이클 베이)이 이번 주 개봉하면 영향을 받을 게 분명하지만 배급사인 코리아픽처스는 8백만명을 자신하고 있다. '한니발' (리들리 스콧)의 충격도 이겨냈고, '진주만' 을 제외하곤 특별한 경쟁작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친구' 뿐만 아니다. 영화계에선 1999년의 '쉬리' (강제규), 2000년의 '공동경비구역 JSA' (박찬욱)에 이어 3년 연속 초대형 흥행작이 터진 것에 비춰 볼 때 앞으론 1천만명짜리 영화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예측하고 있다.

유인택 영화제작가협회장은 " '쉬리' 가 성공했던 당시만 해도 향후 5~10년 동안 '쉬리' 의 기록은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며 "이젠 관객 1천만명 영화가 단순한 꿈은 아니다" 고 말했다.

한국 영화가 급성장한 가장 큰 배경은 유통구조의 개선이다. 스크린 수가 해마다 1백여개 가깝게 늘어나면서 관객 창출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이 경쟁적으로 신축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롯데쇼핑 등은 내년까지 전국에 20여개의 복합상영관을 세울 계획.

될 만한 영화는 집중적으로 밀어주는 배급사의 영향력도 가세한 형국이다. 결과적으로 1인당 영화관람 횟수도 매년 조금씩 늘고 있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2000년대 중반쯤이면 1년간 누적 관객이 8천만~9천만명에 이를 것" 이라며 "시장이 급속하게 확대되는 만큼 거기에 걸맞은 화제작도 탄생할 것" 이라고 예견했다.

최근 한국 영화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도 긍정적 요소다. 충분한 제작비를 들이고, 과거에 비해 완성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98년까지 20%대에 불과하던 시장 점유율이 99년 이후 40%에 육박하고 있다.

올해엔 '친구' 의 영향을 받아 지난 13일 현재 41.7%까지 치솟았다. 외국 영화에 비해 턱없이 적은 작품 편수로 대단히 선전한 셈이다.

관객 1천만명 영화엔 물론 조건이 있다. 가장 큰 숙제는 지방관객의 개발. 1년간 영화 관람 횟수가 서울은 2.5회인 반면 지방은 1회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또 우리 인구가 4천7백여만명이기에 한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관객도 많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친구' 는 시사하는 바 크다. 일반 영화의 서울.지방 관객이 1대1인 반면 '친구' 는 지방 관객이 두 배 가량 많았다. 우정이라는 보편적 주제와 복고풍 화면이 맞물리면서 평소 극장을 찾지 않던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영화를 두 번 이상 본 사람도 많아 배급사측에선 누적치를 제외한 순수 관객은 5백만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코리아픽쳐스 김장욱 팀장은 "관객 동원면만 놓고 볼 때 한국 영화의 미래는 결국 지방 관객 동원에 달려 있다" 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조희문(상명대 교수)씨는 "1천만명짜리 작품은 이제 한국 영화계의 정신적 목표" 라며 "소재 개발.완성도 제고.배급망 확충 등이 뒤따라야 달성될 수 있을 것" 이라고 진단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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