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기 왕위전] 조훈현-최철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빈삼각도 불사… 양측 거친 행마

제2보 (27~48)=27의 빈삼각으로 나가면 28로 민다. 백도 32의 빈삼각을 감수한다.

정석은 본시 행마의 모범을 보여주는 것인데 여기서는 어리석은 모양의 표본이라는 빈삼각이 거침없이 등장한다.

한국류는 살벌하다. 사납고 강인하다. 그것은 현대바둑의 조류이기도 하다. 34로 '참고도1' 처럼 두면 보통이라고 임선근9단은 말하고있다. A의 치중수가 있어 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曺9단은 그러나 34로 젖혀 '나의 안전' 보다는 '상대의 파괴' 에 더 주력한다. 피 냄새가 풍기는 야전의 서곡이다.

崔3단은 죽죽 밀어붙이다가 39, 41로 움직이고 曺9단은 도망치는 척 하다가 44로 되감아온다.

曺9단의 46은 서슬 퍼런 급소 일격인데 崔3단은 간발의 틈을 타 47로 반격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숨가쁜 응접인데 曺9단은 의외로 48로 조용히 물러선다.

'참고도2' 백1로 응징하는 것은 위험하다. 흑2, 4로 빵따낸 다음 8로 귀를 잡아버리는 수가 있다. 이걸 알고 물러선 48인데 여기서 흑의 다음 한수는 어디가 최선일까.

사실은 이 한수가 이 판의 승부를 갈랐다.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