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일본 '방패 축구'로 대변신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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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공격에서 수비로 - .

일본 축구 대표팀은 지금 전술의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 3월 세계 최강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0 - 5로 참패한 '치욕' 은 필립 트루시에 감독의 철학을 1백80도 바꿔놓았다. 1998년 사령탑을 맡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공격 축구였다.

그는 "두골을 먹어도 세골을 넣는 것이 나의 이상이다. 일본에는 이탈리아처럼 1 - 0으로 이기는 문화가 없다" 고 말해왔다. 99년 세계청소년 선수권 준우승, 지난해 아시아컵 우승과 올림픽 5위를 차지하면서 그의 공격 일변도 축구는 부동의 전술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프랑스전 참패는 세계의 벽을 실감케해주었다. 감독 취임 후 국제대회에서 그렇게 큰 골차로 져본 적이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 축구가 뭔지를 보여주겠다" 며 조국 프랑스에 대해 선전포고한 뒤의 대패라 충격도 컸을 것이다. 그는 곧바로 수비 중심 카드를 빼들었다.

세계 정상급의 팀들과 상대하기 위해서는 '창' 보다는 '방패' 를 늘리고,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일본인은 0 - 0 게임보다 3 - 6으로 지는 쪽을 좋아하지만, 나는 그 논리를 부정한다" 고 말을 바꿨다. 4월의 스페인전은 수비 축구의 첫 시험대였다. 0 - 1로 석패했지만 새 전술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트루시에는 경기후 "이 정도라면 세계 톱 10한테는 통한다" 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탈리아식 그물 수비와 기습 공격은 일본 축구의 새 전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술 전환과 달리 대표팀의 면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지난 20일 발표한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표 23명(본지 5월 22일자 43면)과 부상 중인 미드필더 나나미와 나카무라 2명을 축으로 월드컵 대표팀이 짜여질 전망이다.

대표팀의 자랑거리는 미드필드다. 필드의 지휘자 나카타와 나나미·이와모토·묘진·나카무라·모리시마의 미드필드진은 모두 탁월한 개인기, 득점력을 갖춘 일당백이다. 여기에 경기의 흐름을 읽는데 탁월하고 자로 잰듯 볼을 배급하는 오노도 가세했다. 공격라인은 니시자와가 떠오르는 스트라이커다.

지난해 아시아컵에서 5골을 빼낸 그는 공중 장악력(1m80㎝), 슈팅력이 발군이다. 노장 나카야마와 신예 다카하라는 골 결정력이 뛰어나다. 수비의 핵은 모리오카다. 올라운드형으로 스피드.파워.테크닉의 3박자를 갖춰 수비 축구의 대들보가 되고 있다. 정신력이 강한 핫토리의 빗장 수비도 일품이다.

전문가들은 젊은 선수 중심의 현 대표팀이 아시아 최고라는데 토를 달지 않는다. 관중과 베스트 11명의 굳건한 '12명 체제' 도 일본팀의 강점이다.

다만 98년 프랑스대회가 월드컵 첫 출전인 만큼 큰 대회 경험 부족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트루시에는 월드컵 결승 진출을 목표로 내걸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16강 돌파를 '승부 라인' 으로 보는 분위기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은 트루시에의 수비 축구는 물론 월드컵 16강 진출을 가늠해볼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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