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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지역예선 불꽃, '화제꽃'도 만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월드컵은 2년간 벌어진다 - .

월드컵 본선 기간은 불과 한달. 그러나 지구촌 축구팬들에게는 예선을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월드컵이 존재한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2002 한 · 일 월드컵 지역별 예선은 온갖 화제를 쏟아내며 팬들을 울리고 웃긴다.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는 아프리카 예선에서는 카메룬.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본선 진출이 유력하고, 라이베리아 · 모로코 · 튀니지가 앞서 있다.

남미는 아르헨티나의 본선행이 유력한 가운데 파라과이 · 에콰도르의 약진, 브라질의 부진이 눈에 띈다.

게임마다 살얼음판인 유럽에서는 러시아 · 독일 · 이탈리아 등이 앞서 가고 있지만 여전히 안개속이다.

최종예선 중인 북중미에서는 미국의 돌풍이 거세고, 아시아에서는 최종예선 진출국이 속속 가려지고 있다.

▶ 31 - 0

미국령 사모아. 인구 6만2천명의 미니국으로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2백3위. 축구화도 없어 오세아니아 1차 예선을 치르는 호주에 와서 사야 했던 이 나라는 결국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사상 최다골차 기록을 세웠다. 지난 4월 11일 미국령 사모아는 호주에 0 - 31로 졌다. 3분꼴로 골이 터지다 보니 31 - 0인지 32 - 0인지 공식 기록원조차 헷갈리는 바람에 하루가 지난후 공식 발표를 해야 했다.

▶ 기니 체육장관은 다혈질

아프리카 최종예선 E조에서 2승1무로 조 2위를 달리던 기니 대표팀이 갑자기 해체됐다. 지난 1월 29일 홈경기에서 약체 말라위와 비겨 조 선두를 남아공(3승)에 내주자 흥분한 체육장관이 대표팀을 해산해 버린 것. FIFA는 즉시 원상복구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기니 정부가 거부하자 무기한 국제경기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2위면 아직 월드컵 본선 진출이 가능했는데.

▶ '땡' 해도 나는 좋아

본선에 오르지 못해도 좋다. 최고의 성적을 올렸으니까.

1998년 FIFA에 가입, 첫 출전한 팔레스타인은 아시아 1차예선 3조에서 무려 2승을 거뒀다. 모두 순수 아마추어 선수로 구성된데다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로 변변한 훈련도 못한 팔레스타인은 말레이시아를 1 - 0으로 꺾어 파란을 일으키더니 홍콩마저 1 - 0으로 제압했다.

8조의 인도는 중동의 강호 아랍에미리트(UAE)를 꺾는 전과를 올렸다. 축구협회가 홈경기 승리수당으로 1인당 4만루피(약 1백20만원)를 내걸자 지금까지 한번도 이기지 못한 UAE를 당당히 1 - 0으로 격파한 것.

▶ 에콰도르 최고의 해

남미 예선 최고의 관심사는 에콰도르.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브라질과 파라과이를 연파하며 조 3위에 올라 본선 진출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에콰도르는 해발 2천8백m의 퀴토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브라질을 1 - 0, 파라과이를 2-1로 꺾었다. 고지대의 이점을 최대한 이용, 최근 이곳에서 치른 14차례의 경기 성적은 11승2무1패.

반면 브라질은 페루 · 파라과이 · 에콰도르에 잇따라 져 '동네북' 이 되면서 4위로 추락했다.

▶ 제2의 에스코바르?

과테말라 골키퍼 에스트라다는 북중미 2차예선을 마친 후 살해 위협에 떨어야 했다. 코스타리카에 2 - 5로 져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하자 에스트라다가 소유한 자동차 수리점에 4명의 괴한이 나타나 총격을 가하고 화염병을 던졌다. "다섯골이나 먹은 얼간이는 이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라. 그는 물론 가족들도 총에 맞아 거꾸러 질 것" 이라는 협박과 함께.

에스트라다는 94년 미국월드컵에서 자책골을 넣어 미국에 1 - 2로 진 뒤 고향에서 총에 맞아 죽은 에스코바르(콜롬비아)를 떠올려야 했다. 왜 이름도 비슷할까.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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