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D위해 러시아 회유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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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이 미사일방어(MD)체제에 대한 러시아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강력한 회유책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이 러시아가 탄도탄요격미사일(ABM)제한협정 폐기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러시아제 무기 구입▶미사일방어 합동훈련 실시▶미사일 조기경보 레이더시스템 설비 지원 등을 러시아에 제시할 예정이라고 2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행정부 고위 소식통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전하면서 미국이 러시아에서 구입하고자 하는 무기는 중.단거리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러시아판 패트리어트 시스템인 S-300 지대공 미사일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이러한 제안은 S-300 미사일을 MD체제에 활용하고 러시아와 MD체제 관련 기술 일부를 공유해 사실상 러시아와 함께 MD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다음달 16일 슬로베니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미.러 정상회담에서 무기구입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할 예정이며, 이미 일부 계획은 최근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측에 전달됐다고 전했다.

ABM 제한협정은 미국과 러시아가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 수와 미사일 기지 수를 제한해 핵미사일 개발경쟁을 중단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미국이 MD체제의 요격미사일 기지를 신설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돼왔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은 S-300을 MD체제의 필수 요소인 요격미사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이르면 내년에 실시할 미사일 요격실험에 러시아가 동참할 경우 미.러 양국이 서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시 행정부는 최근 상원에서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MD체제 추진에 반대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러시아의 협조가 더욱 절실한 형편이다.

◇ 러시아의 반응=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뉴욕 타임스가 보도한 미국의 제의에 대해 거부할 뜻을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아직 제의를 받지는 않았지만)그러한 제의가 온다 하더라도 미국측의 제의가 ABM 논란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란 점을 확신한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ABM 제한협정을 폐기할 경우 그동안 진행해온 군축 노력에 치명타를 가할 것" 이라며 기존의 반대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그는 "미 정부가 MD체제 구축계획에 관해 광범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데 대해서는 기쁘게 생각한다" 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한편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MD체제를 미국과 공동으로 추진하면서 자국 내 방산(防産)업체에 대한 신규 구매를 늘릴 수 있는 데다 이미 S-300을 능가하는 S-400을 개발해 놓았기 때문에 경제.기술적으로도 손해 볼 것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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