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 천안함 침몰] 침몰 원인 엇갈리는 분석·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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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밤 침몰한 천안함의 함수 부분이 지난 27일 오전 해수면 위로 보이고 있다. 이 함수 부분은 27일 낮 12시쯤 바다 속으로 완전히 가라앉았다. 해군은 함수와 함미 부분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28일 오후 기뢰제거함 두 척을 사고 해역에 투입했다. 기뢰제거함은 음파를 이용해 기뢰나 선체를 탐색하는 음탐기를 장착하고 있다. [옹진군청 제공]

사고 발생 사흘째인 28일까지도 천안함이 침몰한 원인을 둘러싼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고 있다. 선체 결함 의혹에서부터 기뢰에 의한 폭파설 등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실종자 가족들은 선체 결함설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선박 전문가들은 외부 충격에 의한 침몰 쪽으로 추정하고 있다. 진상 규명의 열쇠를 쥔 군 당국은 “정확한 원인 규명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선체에 이상 있었다”=실종자 명단에 포함된 김경수 중사의 부인은 천안함의 선체 결함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 27일 최원일 함장의 브리핑을 듣다가 “저 배를 가지고 출동 뛰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거라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수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출동한 적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수리 도중에 배가 출항한 것 아니냐”며 “‘저 놈의 배 반토막 나야 정신을 차린다’는 말도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정말 그 배가 튼튼한 배냐”고 물었다.

36년 동안 해군 생활을 한 이상철 해군동지회 사무총장은 “해난 구조대 요원들의 분석이 중요하다”면서도 “배를 건조할 때 안전 시스템이 다 있는데, 폭발이라는 건 이해가 안 간다. 폭발보다는 선체 자체에 결함이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천안함 침몰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정종욱 상사와 신은총 하사는 가족들에게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 물건들이 쏠리면서 바다로 떨어지고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며 “사고 당시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배가 동강이 난 것 같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기뢰에 의한 폭발이다”=모 조선회사 임원은 “지금까지 나온 정보가 모두 사실이라면 기뢰에 의해 침몰한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는 “‘쿵’ 소리와 함께 배가 갑자기 90도 기울었고, 20㎝ 붕 뜬 것 같았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볼 때 가능성은 기뢰밖에 없다”며 “셸(외판)이 외부 충격으로 많이 깨지기 전에는 배가 갑자기 기울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임원은 “만약 내부 충격이 발생했다면 폭발 압력이 배 안에 고루 작용하기 때문에 비대칭 침몰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선미(배 뒷부분)가 가라앉았다면 100% 기뢰다. 20㎝ 붕 떴다는 증언이 있었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배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에서 터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충남대 이현엽(선박해양공학과) 교수는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전제 하에 “다만 언론 보도를 보면 배가 부러진 것으로 나오는데 기뢰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어뢰 공격에 의해 생기는 파공(구멍)으로는 배가 부러지지 않는다”며 “기뢰가 배 아래에서 터져야 배를 부러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배 안에 있는 화약이 터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 덧붙였다.

◆인양 얼마나 걸리나=모 조선회사 임원은 “침몰된 천안함 인양은 아무리 빨라도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인양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바닷속에서 용접으로 모든 구멍을 다 막고 공기를 주입해 자체 부력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선체에 구멍을 뚫고 여기에 체인을 걸어 외부 부력을 동원해 올리는 폰튼 작업이다. 이 임원은 “둘 다 최소 한 달 이상 걸린다”며 “배가 반토막 났다면 크레인 바지로 끌어올리는 방법도 있는데 서해안 조류가 심해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안혜리·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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