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연평해전서도 살아왔는데…남편이 꿈에 나와 춥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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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실종자 명단에는 2002년 제2연평해전에 참전했던 박경수(30·왼쪽 사진) 중사도 포함됐다. 박 중사는 제2연평해전 때 참수리 357정 보수정에 탑승해 참전했다. 박 중사는 이번에 돌아오면 아내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어서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그는 2004년 혼인신고를 했으나, 바다에 나가 있는 시간이 많아 결혼식은 올리지 못했다. 슬하에 딸(6) 한 명이 있다. 지난해 중사로 진급하면서 평택의 해군아파트로 옮겨 가족과 함께 생활해 왔다.

박 중사의 부인 박미선(오른쪽 사진)씨는 “신랑이 지난 주 화요일(23일)에 전화해서 불안하다고 했다. 제2연평해전 때도 그랬는데 결국 살아 돌아왔다”고 말했다. 박씨는 “제2연평해전 때도 우리 신랑 이름이 생존자 명단에 가장 늦게 떴다”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사고 이후 매일 신랑 옷을 끌어안고 잔다”는 그는 “남편이 꿈에 나와 춥다고 했다. 아직 살아 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승진을 하려면 승선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배를 탔는데 이렇게 됐다”며 통곡했다. “수색대원들이 산소통도 안 메고 바다에 뛰어들던데 그렇게 해서 수색이 제대로 되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평택 해군2함대 실종자 가족 숙소에 머무르고 있는 박씨는 사고 이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다. 28일 오전엔 2함대 사령부 앞에서 수색작업 지연에 대해 항의하다 실신하기도 했다.

제2연평해전 당시 박 중사와 함께 근무했던 이해영(59) 원사는 “대원들과 우애가 좋고 착실한 친구다. 제2연평해전 이후에 전역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아이가 생기면서 다시 배를 탔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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